[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국제 식량 무역이 전 세계 물 자원의 흐름을 부유한 국가로 전환시키며 저소득층과 취약 국가의 물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UNU-INWEH)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 농업 무역은 식량 공급을 조정하는 동시에 생산에 사용된 물을 사실상 국경 밖으로 이동시키는 ‘가상 물 이동(virtual water trade)’을 발생시킨다”며 이로 인해 지역별·계층별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는 식량을 수입하면서 국내 수자원을 절약해 물 부족 완화 효과를 누리는 반면, 저소득 국가는 식량을 수출하면서 제한된 수자원을 해외로 유출해 물 부족이 악화되는 구조가 나타났다. 실제로 고소득 국가에서는 인구의 75%가 무역 덕분에 물 부족이 완화됐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37%가 오히려 물 부족 심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보고서는 같은 국가 안에서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득 사회의 경우 무역이 빈곤층에게도 물 부족 완화 효과를 주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가난한 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UNU-INWEH는 “무역으로 인한 물 영향은 매우 비대칭적이며, 개발도상국의 저소득층은 물 부족과 불평등 증가의 직접적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저자인 카베 마다니 교수는 “가상 물 무역은 환경 비용과 위험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집단에서 여력이 없는 집단으로 전가되는 환경 불의의 패턴을 반영한다”며 “부유한 국가들이 주도하는 현재의 글로벌 식량 무역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에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적 개입을 촉구했다. 주요 대안으로는 △저소득 가구에 대한 보조금·재정 지원 △물 가격 상한제 및 지역 인프라 투자 △점적 관개·저수분 작물 전환 등 농업 효율화 △작물 수입 다변화 등을 제시했다.
실제 중국은 쌀과 밀 수입 비중을 조정해 국내 물 수요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통해 일부 성과를 거둔 사례로 언급됐다. 보고서는 “국가 간 깊은 상호의존성을 고려할 때,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물 관리에는 협력적 행동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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