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중국 본토 간 체결된 CEPA(중국·홍콩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의 2차 수정안이 3월 1일 정식 발효되면서 두 지역 간의 경제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홍콩 법인을 설립하면 홍콩법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CEPA 혜택을 통해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하면 되나?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번 APEC 제1차 고위관리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홍콩공업무역서장 아론 리우(Aaron Liu)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APEC 일정은 어땠나?
한국에는 여러 번 왔지만 경주는 처음이다. 신라의 역사와 왕릉이 흥미로웠다. APEC은 무역과 합작·교류의 중요한 장이다. 이번 회의는 AI와 노령화 문제 등 지역 이슈가 논의됐다. 10월 말~11월 초 정상회의 전까지 11차례의 장관급 회의가 한국 각 지역에서 열린다.
CEPA개정안이 3월1일 정식 발효됐다. 개정된 주요 내용이 무엇인가?
CEPA는 2003년 발효된 홍콩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2019년과 2024년 두 차례 개정을 거쳤다. 이번 개정은 적용 분야가 주로 서비스업에 집중됐는데 건축·금융·통신·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분야로 대폭 확대됐다. 홍콩의 90% 이상이 서비스 산업이다. 더 많은 홍콩기업과 전문인들의 본토 진입이 수월해졌다.
두 번째로 전에는 CEPA 혜택을 받으려면 설립 3년 이상이어야 했는데 이 부분의 조항이 삭제됐다. 전 세계 모든 투자자가 홍콩에 법인을 세우면 즉시 홍콩기업으로 간주돼 중국 진출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은 특히 영세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유리하다.
세 번째는 “홍콩 자본의 홍콩 법률 인용”이다. 수정법안에 따라 홍콩 기업은 이제 중국 본토에서 계약 체결 시 홍콩 법률에 따라 조항을 규정할 수 있다. 중국 현지에서 파트너와 분쟁이 생길 경우에도 홍콩 법률에 따라 중재받는다. 물론 이 부분은 우선적으로 선전(深圳)과 주하이(珠海)지역에서 시행되지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선전과 주하이에는 많은 홍콩기업이 있다. 작은 범위 내에서 시범을 거쳐 점진적으로 광둥성 또는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기업이 홍콩에 진출할 경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
CEPA 수정안으로 인해 홍콩 법인 설립 후 곧바로 CEPA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특히 스타트업에 유리하다. 새로 시작한 기업은 첫 3년이 매우 소중하다. 현재 홍콩에는 4700개의 스타트업이 있다. 홍콩은 법인세율 16.5%라는 세금 밖에 내지 않는다. 투자 자산에 대한 배당소득세나 증여세도 실질적으로 없는 셈이다.
세금이나 중국진출 등과 같은 이점 외에도 홍콩은 뉴욕과 런던에 이은 세계 3대 금융센터로 매우 성숙한 법제·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홍콩은 세계 8대 주식시장이자 아시아 5대 주식시장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은 주식 시장 규모가 4조3400억달러로 싱가포르 주식시장의 8배에 달한다. 주식·은행·보험 등 금융서비스 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또한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인민폐 유통센터이다. 이 모든 서비스는 홍콩에서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아닌가?
홍콩은 중국과 외국 기업 간 “슈퍼 커넥터”가 되고자 한다. 홍콩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중국 기업의 창구가 되기도 하고,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외국기업에도 훌륭한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한국과 홍콩의 교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은 홍콩의 5대 무역 파트너이고 홍콩은 한국의 7대 무역파트너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3500억 홍콩달러에 달하며 지난 5년간 연평균 4.4%씩 꾸준히 증가했다. 2024년 홍콩 내 한국 기업 수는 160여 개로 지난해 대비 11%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홍콩 관광객은 20만 명, 홍콩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42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시기 대비 270% 증가했다. 현재 홍콩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홍콩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RCEP 가입이 성사되면 지금보다 더 활발한 교류가 기대된다.
홍콩과 함께 아시아 금융 허브로 불리고 있는 싱가포르와 비교한다면?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는 경쟁관계가 맞다. 하지만 세계 시장은 너무나 크고 할 일도 많다. 혼자 다 커버할 수 없다. 차이점이라면 홍콩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후 시장이 있고 싱가포르는 동남아 시장이 뒷받침해 준다. 홍콩은 아시아 주요 도시와 경쟁 관계인 동시에 협력 관계이기도 하다. 실제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많은 경제합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홍콩의 4대 무역파트너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서로가 우세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AI 굴기가 심상치 않다. 홍콩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AI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다. 홍콩도 이 분야에서 많은 노력과 준비를 했다. 정부 차원에서 AI 발전기금을 따로 설립해 해당 기업들을 적극 지원한다. 홍콩에는 세계 랭킹 100위 내의 대학이 5곳 있다. 5개 대학 모두 AI 관련 연구센터와 혁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홍콩 과학기술원과 디지털 베이를 통해 AI산업의 발전을 추진 중이다.
2년 전부터 인재영입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랭킹 100위 대학 졸업 인재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영입된 인재 수는 20만 명에 달한다. 연구소·인재·연구과제·자본의 긴밀한 합작을 통해 절대 현 시류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홍콩보안법 이후의 홍콩은 어떤 변화가 있나?
보안법 도입 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 12월 초 한국 계엄사태 이틀 뒤 마침 서울에 출장 왔다. 외부의 우려와 달리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일상을 살더라. 마찬가지다. 보안법은 국가와 사회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고 세계 모든 나라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홍콩은 시위 사건 발생 이후 몇 년 간 약간의 부침을 겪었지만 이제 안정됐다. 지역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정이 필수이다. 사회적 안정에는 법치가 중요하다. 홍콩 보안법도 국제법을 기반한다. 궁극적으로 홍콩 사회 전반의 안정을 위한 길이다.
올해 초 홍콩정부는 주요 상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 중 80% 이상이 홍콩의 미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70%가 회사 운영에 보안법의 영향이 없다 했고, 80%가 앞으로 3년 이내 홍콩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2024년 홍콩에 신설된 기업 수는 9960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매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