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치약 없는 학생도 많아”

2024-10-28

[인터뷰] 행동하는의사회 부산지부 주미영 실장

행동하는의사회(이사장 임석영)가 지난해부터 네팔 산악지역과 도시지역에서 의료취약계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는 네팔 산악지역인 다딩지구 베니그하트-로랑지역 뻔쩌껀냐 중등학교에서 초등과정 4∼6학년 116명과 학부모 및 마을주민 100명 등을 대상으로 구강검진과 불소도포, 칫솔질 교육 등을 시행한 바 있으며, 올해는 카트만두 인근 토카시지역 스리다파시 중등학교에서 지난 5월 8일부터 4일 동안 초등과정 1∼5학년 198명을 대상으로 구강검진과 충치치료(레진), 칫솔질교육 등의 어린이 구강건강증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행동하는의사회 부산지부 주미영 실장을 만나 네팔에서의 어린이 구강건강증진사업 경과 및 앞으로의 활동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먼저 행동하는의사회가 어떤 단체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행동하는의사회는 국내와 동아시아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보건의료 NGO단체로 지난 2003년 설립돼 비영리민간단체로 활동해왔다.

2019년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국내에서는 독거노인과 저소득·불완전주거계층, 중증장애인, 미등록 이주민 등 의료소외계층에 대한 의료지원활동을 주로 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건강향상을 위한 국제보건사업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는 단체이다.

생명과 평화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나눔과 열림의 정신으로 행동하고자 하며 의료지원활동을 통해 나누는 삶의 기쁨을 배워가고자 하는 의료인단체로 중앙사무국과 서울·대구·부산·인천 등 4개 지부를 두고 있다. 총 회원은 157명, 후원회원은 337명이 활동하고 있다.

단체 창립 후 국내뿐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할동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10년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라오스, 네팔 등에서 해외의료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민간 NGO단체에서도 해외봉사활동이 서서히 활발해지고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해외활동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나 2010년까지만 해도 한정된 자원을 국내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다수였다. 다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볼 때 국제사업도 서서히 준비해보자는 생각을 하던 중 지난 2010년 중국 운남성 한센인 치유자들의 오지마을에서 의료캠프를 시작하게 됐다.

이 사업을 통해 동아시아 지역에도 절대적 빈곤지역이 있으며 의료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가 있음을 직접 확인하게 됐고 그 결과 해외활동도 우리가 해야 할 활동으로 명확히 인지하게 됐다.

이후 해외진료캠프를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매년 1∼2회 정도 지속해왔다. 다만 해외진료캠프가 1회적·단기적 활동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해당 지역주민의 건강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활동인가에 대한 고민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모색을 하게 됐는데 이번 네팔에서의 활동도 그런 고민 속에서 기획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주요한 해외할동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지난 2010년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과 라오스, 네팔 등에서 해외의료활동을 진행해왔다. 주로 오지마을로 들어가 단기진료캠프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지역사회의 의료인프라 및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함께 하거나 지원하는 것을 주요하게 생각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2015∼2017년 3년 동안 KOFIH 지원 아래 라오스의 씨에쿠앙주(Province) 푸꾿군(District)에서 ‘건강마을(Health village)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을 들 수 있겠다.

푸꾿군의 4개 마을을 정해 ▲상수도시설 지원을 통한 깨끗한 물 공급과 화장실 개선 등의 환경개선사업 ▲손위생 및 양치질교육 등의 위생교육활동 ▲푸꾿 군병원과 마을에서 진행한 진료캠프 및 군병원·보건소(heath center) 지원활동 ▲마을건강도우미 교육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의료인프라를 개선하고 주민들의 위생수준을 높이는 활동을 진행했다.

다만 재정적 한계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쉬웠는데 치과의 경우 푸꾿군병원 인근 학교에서 어린이구강보건사업 및 진료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이시기 활동을 통해 학교기반 어린이구강증진활동이 매우 유의미하다는 걸 많이 알게 됐고 활동을 이어가면서 중장기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해외활동의 기본틀을 마련하게 된 것같다.

지난해부터 네팔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강건강증진사업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네팔에서 이러한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라오스에서 활동하면서 학교기반 어린이구강증진활동이 매우 유의미하고 중장기 프로젝트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는데 라오스에서는 사업을 진행하려면 도 정부와 함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요구되는 조건과 절차가 아주 까다로운 편이다.

결국 라오스에서는 사업을 더 지속하지 못하고 이후 새롭게 사업을 모색하던 중 지난 2019년 네팔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러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활동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행안부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네팔에서의 활동을 재개하게 됐다.

네팔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작년에는 네팔 산악지역인 샤둘마을에서, 그리고 올해는 카트만두 인근 토카시에서 단기 의료 캠프를 진행했다. 지난 라오스에서의 사업 경험을 되살려 사전답사 때 학교교사 중 1인을 보건교육 담당자로 선정해 진료팀이 떠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아이들의 구강건강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네팔의 중등학교는 초중고 과정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학교인데 올해 사업을 진행한 스리다파시 중등학교는 지난 2015년 대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 이후 인도정부의 원조로 새로 건물을 지은 학교이다.

지난 5월 8일부터 11일까지 네팔 치과의사와 한국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간호사 등이 참여해 초등과정 1∼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구강건강 증진활동을 펼쳐 구강검진을 시작으로 충치치료, 발치, 치면착색제 도포, 불소치약을 이용한 칫솔질교육, 구강인식개선교육, 불소도포, 손씻기, 구충제복용 지도, 레진을 이용한 충전치료( 197건), 스케일링(121명), 발치(28건) 등을 시행했다.

학생 198명을 대상으로 구강검진을 한 결과 대부분 충치가 많았는데 충치치료를 받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었다. 네팔에서의 진료활동은 1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도 해마다 계속할 예정인데 진정한 구강건강증진을 위해 치료와함께 구강질환 예방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초등 1∼5학년 학생 전원에게 향후 2년간 사용할 치솔과 불소치약을 지원했고 매일 등교 후에 하루에 1번씩 담임교사의 통솔 아래 불소치약으로 이닦기를 하도록 지도했다.

특히 금년 5월 한국과 네팔 의료인들의 합동사업 이후에도 네팔 현지의 치과의사가 2∼3개월을 주기로 학교를 방문, 정기적으로 칫솔교체 및 불소도포 시행하고 있는데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구강건강증진사업은 오는 2026년까지 3년 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치료와 예방을 병행한 사업이 1회성 치료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실질적인 구강건강증진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팔에서 구강건강증진사업을 운영해오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실제로 네팔에서의 현황이 어떠한지도 궁금하다.

네팔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나라로 수많은 나라들로부터 해외원조를 받고 있는 가난한 나라이다. 국가 차원의 구강보건정책이나 치과진료시설이 매우 부족한 나라로 특히 충치는 가장 흔한 아동기 질병이어서 지난 2011년 네팔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네팔의 5∼6세 취학아동의 67%가 충치를 경험하고 있으며, 지난해와 올해 네팔 뻔쩌껀냐 중등학교와 스리다파시 중등학교에서의 구강검진 결과에서도 충치유병자율은 각기 75%와 70.4%에 달할 정도로 충치는 네팔에서 영양실조보다 더 흔한 질병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활동했던 뻔쩌껀냐 중등학교는 지금은 법적으로 폐지된 불가촉천민인 체팡민족의 학생들이 다수였는데 집에 칫솔과 치약조차 없는 학생들이 많았고 올해 활동한 스리다파시 중등학교는 산악지역이 아니라 그래도 도심지 학교인데 학생들 중 치과를 가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뻔쩌껀냐 중등학교 학생들처럼 단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개인치과병원도 몇 곳 가봤는데 치료비용이 너무 비싸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었고 그렇게 치과를 이용하는 이들도 4∼50대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의 경우 치과치료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예 없는 듯했다.

작년과 올해 두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역시 현지 교사들의 경우 왜 칫솔질 등 구강건강증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외에서의 원조가 매우 많아서 그런 것인지 능동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수동적으로 그저 원조물품을 받아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한국에서 와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구강검진이나 충치치료 등을 하면 됐지, 왜 정기적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지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계속해서 교육의 필요성 등을 설명하면서 조금씩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6∼70년대까지는 구강건강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았는데 아마도 네팔은 아직도 그런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네팔 정부에서 해야 할 일들이지만 아직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이런 우리 활동들이 지금은 네팔에서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네팔에서 현지 치과의사와 산부인과의사가 행동하는의사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해외활동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우리의) ‘일방적’인 활동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온 우리 단체의 주도 아래 모든 것을 계획하고 현지파트너 및 단체들은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이를 수행하는 관계를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가 오히려 사업을 지속하는데 제한요소가 된다고 판단했고 시혜적 관계를 넘어 양국의 의료인 및 의료 NGO단체들 사이의 공통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도있게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그동안 여성건강사업과 치과사업의 파트너로서 협력해온 산부인과의사와 치과의사 2인을 초청하게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초청기간 동안 그동안 네팔에서 수행된 우리 활동에 대한 네팔 파트너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더불어 네팔의 파트너들이 주로 관심 있는 점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네팔에서 해야 할 활동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방문기간에는 행동하는의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부산 중증장애인 대상 무료진료소 ‘나눔과열림치과의원’을 찾아 장애인치과진료를 참관하고 아울러 한국의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과 장애인 구강건강증진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앞으로 네팔에서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

네팔에서의 ‘학교기반 어린이구강건강 증진사업’은 우선 오는 2026년까지 계획하고 있다. 3년간 한 학교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했을 때 학생들의 치아건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고 기록할 것이다.

충치는 치료하고 치료된 치아는 유지·보존되도록 하고, 또 건강한 치아는 계속 건강하게 관리되도록 학교와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며 그렇게 3년 동안의 사업을 평가한 뒤, 추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다시 판단해볼 예정이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스리다파시 중등학교에서의 활동이 좋은 사례로 남아 네팔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고 이러한 활동이 가장 기본적인 구강건강운동으로 발전, 다른 학교로까지 점차 확산됐으면 좋겠다.

오랜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사회경제적으로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OECD국가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도 절대적 빈곤과 의료인프라 등의 부족으로 우리같은 보건의료인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이 있다.

행동하는의사회는 국제보건활동을 통해 우리가 왜 보건의료인이 되고자 했는지 그 초심을 되돌아보고 있다. 이제 잘사는 나라가 된 한국이 일방적으로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활동이 아니라 이 활동을 통해 우리와 나를 돌아보고 삶의 가치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애쓰는 것, 그 초심 잊지 않고자 애쓰고 있는 행동하는의사회의 네팔어린이 구강건강증진사업에 치과계에서도 많은 관심과함께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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