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근로자?...“밀린 월급 7억 달라” 주장, 법원 판단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2025-11-09

스님이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고 주지 스님을 돌본 것은 ‘근로’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1민사부는 최근 승려 A씨가 사단법인 B를 상대로 제기한 6억9500만원 규모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A 스님은 한 사찰의 대표 C 스님과 2010년 3월 “월급 300만원을 주고 퇴직할 때 서울에 포교당을 차려 준다”는 약속을 받고 절에 들어갔다.

A 스님의 업무는 매일 법당에서 하루 세 번의 예불을 드리고, 지병으로 급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C 스님을 병원에 모시고, 사찰 교화원이 있는 사찰 소유 건물을 청소·관리하는 것이었다.

C 스님이 사망한 이후 사찰의 이사는 “C 스님이 한 약속을 지킬테니 새로운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건물 관리와 법당 기도를 계속해 달라”고 요구해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사찰 측이 계속 약속을 외면하자 스님은 사찰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A 스님은 “13년 9개월 동안 미지급한 임금 4억 9500만원과 근로에 대한 대가로 서울에 포교당을 차려준다고 약속한 2억 원을 합한 6억 9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A 스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승려로 하루 세 번의 예불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예불과 관련해 맡은 구체적인 업무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근무 시간 및 근무 장소를 지정했고 이에 구속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종교계 내부의 고용 구조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종교단체에서 일하는 승려·수녀·목회자들이 생활비 성격의 지원을 받더라도, 지휘·감독 구조와 임금 지급 체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종교인의 근로자성을 쉬쉬하는 분위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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