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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길을 선택해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것은 더욱 힘들다. 여기에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늦깎이 배우 변중희(75)가 있다. 65세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그의 놀라운 과거 이력까지 알려지며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변중희는 배우로 데뷔하기 전 39년간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며 교직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냥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교사 연극 동호회에 들어가면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과거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인터뷰에서 변중희는 “무대에 나가기 직전에 너무 목이 말라서 물을 먹는데, 금방 말라버리더라. 그래서 연극을 목마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처음 해본 분장이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그 모습도 괜찮았다”고 첫 공연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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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마흔여덟 살쯤, 집단 상담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내가 다시 뭔가를 한다면’ 하고 표현하는 게 있었는데, 연극배우를 하고 싶다고 썼다. 의도한 건 없고 정말 떠오르는 대로. 그러고 나니까 정말 해보고 싶더라”라고 밝혔다.
변중희는 학생, 학부모, 동료 등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겼던 마음들이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내가 선택한 것들이 다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게, 나는 운이 참 좋은 것 같다”며 배우가 되기 전 그가 살아온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뒤늦게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변중희는 ‘작은 빛’, ‘실버택배’, ‘언프레임드’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섬세한 연기로 호평받으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그중 ‘실버택배’로는 제1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과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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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TV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023년에는 SBS 연기대상에서 ‘낭만닥터 김사부 3’, ‘모범택시 2’를 통한 활약으로 ‘신스틸러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변중희는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도와야 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뒤늦게 새내기 배우로 드라마에 동참한 절 모두가 도와준 것 같다. SBS와 많은 분들이 절 키워주신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기대상이 3부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제 인생도 3부로 진행된 듯하다. 처음엔 부모님과 가족들이 있었고, 두 번째는 38년 동안 몸담고 있었던 중학교 제자들이 있다. 저는 약간 단호박 같은 선생님이라서 지혜롭게 대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자리에서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렀어’라고 고백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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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늙은이가 아니라 젊은 어른이 되도록 성장을 멈추지 않고 용기 있게 나아가겠다”고 말해 큰 울림을 줬다.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독립영화계를 거쳐 TV 드라마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변중희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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