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햇빛이 약하고 흐린 날이 많아서 선크림을 굳이 바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외선은 계절이나 날씨와는 상관없이 피부에 영향을 준다. 흐린 날이든 맑은 날이든, 자외선은 늘 존재하고 피부에 차곡차곡 영향을 쌓아간다. 그 결과는 시간이 지난 뒤 주름, 탄력 저하, 색소 침착 같은 노화 현상으로 나타난다.
피부를 보호하는 첫 번째 루틴은 화려한 스킨케어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자외선 차단제 바르기부터 시작된다.
# 흐린 날, 자외선은 줄지 않는다
날씨가 흐리면 햇빛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선크림을 생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름이 자외선을 완전히 막아주는 건 아니다.
대기 중 구름이 자외선을 차단하는 비율은 약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그대로 피부에 도달한다. 특히 흐린 날의 안개나 수증기 입자들이 자외선을 오히려 굴절시켜서 자외선 노출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해가 낮게 떠 자외선이 비스듬하게 도달하기 때문에 자극이 덜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시간 노출되면 오히려 얼굴 전체에 고르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자외선,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다를까?
자외선은 크게 UVA, UVB, UVC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지표면까지 도달하는 건 UVA와 UVB 두 가지다.
- UVA (Ultraviolet A)
파장이 길고 에너지는 약하지만, 진피층까지 침투해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파괴한다. 주름, 피부 탄력 저하, 색소침착 등 광노화의 주요 원인이다. 유리창도 뚫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 UVB (Ultraviolet B)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해서 피부 겉면에 일광 화상, 피부암, 멜라닌 과다 생성 등을 유발한다. 동시에 비타민 D 합성을 유도하는 이중적인 성격도 있다.
- UVC (Ultraviolet C)
가장 에너지가 강하지만 오존층에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에 일상적인 피부 영향은 없다.
# 선크림의 SPF, PA는 어떤 의미일까?
선크림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SPF와 PA 지표다.
SPF(Sun Protection Factor)는 UVB를 차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SPF 30은 자외선 B로부터 피부가 손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약 30배 늘려준다는 뜻이다. 실내 생활이 많은 사람이라면 SPF 15~30 정도로 충분하다.
PA(Protection Grade of UVA)는 UVA를 차단하는 정도를 +의 개수로 나타낸다. PA+부터 PA++++까지 있으며, 자외선 노출이 잦은 환경에서는 PA+++ 이상이 추천된다.
# 선크림, 어느 정도 양을 어떻게 바르면 좋을까?
선크림은 양이 부족하면 효과가 거의 없다. 얼굴에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 팔, 다리, 몸까지 전체에는 약 30ml, 즉 소주잔의 절반 정도를 발라야 충분한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많이 바르면 백탁이 생기거나 번들거릴 수 있어서 적당히 나눠 바르고, 2시간마다 덧바르는 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땀이나 피지 분비가 많은 날, 마스크를 착용하는 날은 자외선 차단 성분이 쉽게 지워지기 때문에 더 자주 덧바르는 것이 좋다.
외출 15분 전에는 선크림을 미리 발라 흡수시키는 것도 좋은 팁이다.

# 피부 감각만 믿으면 안 된다
“피부가 따갑지 않으면 괜찮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피부를 뜨겁게 만드는 건 자외선이 아니라 적외선이다.
자외선은 피부 깊숙한 곳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장 열감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손상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스키장, 고지대, 실내 조명이 강한 공간, 유리창 옆자리 등은 자외선 노출이 생각보다 심한 환경이다.
피부 감각이 아닌 ‘습관’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자외선 차단을 넘어, 피부 노화 자체를 늦추는 방법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외선은 단순히 피부를 그을리는 것을 넘어서 피부 세포의 유전자 발현 자체를 변화시키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다. 진피 내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분해하고, 멜라닌 세포를 자극해 색소침착을 유도하며, 면역세포의 기능까지 억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단순한 ‘태닝 방지’가 아니라 광노화 예방과 피부 구조 보호의 관점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 피부과학이 주목한 성분, 이오논(Ionone)
TSPARK Lab의 연구에 따르면, 후각수용체를 자극하는 식물성 향기 성분 ‘이오논’은 자외선으로 인한 콜라겐 분해를 억제하고, 동시에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는 이중 작용을 가진다.
즉, 단순히 자외선을 차단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부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노화 과정을 되돌리는 기능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자외선 차단 루틴
1. 날씨, 계절 관계없이 매일 바르기
2. 외출 15분 전 바르고 2시간마다 덧바르기
3.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는 SPF/PA 선택하기
4. 충분한 양, 꼼꼼한 도포, 이중 레이어링 시도하기
5. 실내에서도 유리창 옆 자리라면 바르기
선크림은 피부를 위한 '방패'이자, 미래 피부 건강을 위한 '보험'이다. 더는 “오늘은 흐리니까” “겨울이니까”라는 말로 자신을 설득하지 말자.
피부는 기억한다. 하루하루의 자외선 노출을, 그리고 그것을 방치했던 습관까지도.
■ 참고문헌
● Climate change, ozone depletion and the impact on ultraviolet exposure of human skin
● Toxic effects of ultraviolet radiation on the skin
● Ultraviolet radiation and skin cancer
● Photoprotection: Facts and controversies
● Prevention of immunosuppression by sunscreens in humans is unrelated to protection from erythema and dependent on protection from ultraviolet A in the face of constant ultraviolet B protection
● Ionone 계열 향기성분의 후각수용체 자극을 통한 콜라겐 합성 촉진 효과
● Effects of photoaging and intrinsic aging on the expression of matrix metalloproteinase (MMP)-1, MMP-2, and tissue inhibitors of metalloproteinase (TIMP)-1 in human skin

박태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1995년~현재), (주)보타닉센스 대표이사(2017년~현재), 연세대학교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특별위원회 위원장,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Editorial Board Member(2011년~현재),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Executive Editorial Board Member(2011년~현재), 미국 스탠포드의과대학 선임연구원, 미국 팔로알토의학재단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데이비스 캠퍼스) 영양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