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법정책 연구원 보고서
법원 송달 미수령·기일 변경 등
이재명 ‘재판 고의지연’ 논란 속
불출석 재판 폭넓은 허용 주장
구금영장 집행가능성 제고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최근 여러 차례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으면서 재판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재판 불출석’이 꼽히는 가운데 법원의 싱크탱크가 재판 불출석이 악용되지 않기 위한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구금영장 집행 가능성을 높여 출석을 강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달 5일 ‘피고인 불출석재판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책임자인 고대석 연구위원은 “피고인이 재판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남용해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공시송달 등을 통한 불출석 재판이 가능했다”며 “그에 따라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자 하는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대응수단이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재판 불출석은 이 전 대표가 수차례 공판에 나오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5개 형사재판에서 26차례 법원 송달을 받지 않았으며 26차례 재판에 불출석했다. 9차례 기일 변경 신청도 했다. 최근에는 대북송금 뇌물사건 법관 기피신청 각하 결정문을 법원의 8차례 송달 시도 끝에 수령했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소송 서류는 일주일이 넘어서야 받았다.
보고서에는 거주지를 옮기거나 같은 장소에 거주하면서 추가 서류 송달을 회피하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불출석 재판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피고인이 공소가 제기된 사실과 구체적인 공소사실의 내용까지 인지하고 있음에도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출석에 대한 피고인의 책임이 분명히 인정되므로, 불출석 재판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고인이 부담하게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구금영장의 집행 가능성을 높여 출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 ‘법원이 피고인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하면 통신사가 협조해야 한다’는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피고인의 통화내역, 실시간 위치추적, 전화를 발신한 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 등이 포함된다.

피고인이 공소장 송달부터 회피할 경우 일본 사례를 참고해 검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해 서류가 송달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는 수사기관인 검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형사소송법 271조는 일정한 기간 동안 공소장 부본이 송달되지 않으면 공소제기의 효력 자체를 상실시킨다고 명시한다. 절차적 불이익을 수사기관이 부담해 적극적으로 피고인의 출석을 담보하도록 강제하려는 취지다.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불출석한 횟수가 2회에 이르면 불출석 재판을 허용하는 방법도 제안됐다.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항소심 공판기일에 2회 연속으로 나오지 않으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는데, 이를 악용해 출석과 불출석을 반복해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피고인이 1회 불출석 후 다음 공판기일에 출석한다면, 재판장은 1회 공판기일에서 고지한 것보다 엄격한 방식으로 ‘불출석 시 재판이 진행돼 판결이 선고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해 불출석 재판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자신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 재판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권리를 포기한 경우 불출석 재판이 가능하다”고 해석한 미국 연방헌법 판례를 제시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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