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이 또 죽었다

2025-06-03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2일 50대 하청업체 노동자 김충현씨가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2018년 스물네 살 김용균씨가 새벽에 혼자 일하다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바로 그 발전소다. 또 한 명의 ‘비정규직 김용균’이 또 혼자 일하다 죽은 것이다. 안타깝고 황망하다.

2인1조 원칙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도와줄 동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던 죽음’이라는 뉴스 문장이 또 등장했다. 김씨 빈소를 찾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바뀌지 않은 근무 환경에 분통을 터뜨렸다. 기본 작업 원칙부터 어긋나니 하청·재하청 구조 개선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발전소 연료와 환경 설비 운전·정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6년 전 국무총리실 산하 김용균특조위 권고에는 발전회사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사고 후 ‘임의 작업’ 등을 언급하며 회사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도 ‘김용균 참사’ 당시와 다르지 않다.

김용균씨 죽음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만들어졌고, 안전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사람보다 이윤이 앞서는 사회’에선 그 약발이 먹힐 수 없다. 지난해 산업재해와 산재 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늘었고, 올 1분기에도 산재 사망자가 137명이나 됐다. SPC는 2022·2023년에 이어 지난달 경기 시흥시 제빵공장에서도 사망사고가 났다. 지난달엔 돼지사육 축사에서 실습 중이던 19세 대학생이 화재로 숨졌고, 과수원에서 50대 필리핀 국적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미래를 꿈꾸던 청년들이, 가정의 행복을 이끌던 부모가,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스러지고 있다. “‘산업재해’는 우아한 사자성어로 표현되는 관념의 사태가 아니다. 밥벌이를 하러 일터에 나간 사람들이 물체에 끼여서 몸통이 으깨져서 흩어지고(구의역 참사),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서 석탄가루에 범벅이 되고(김용균 참사), 고공에서 일하던 사람이 떨어져서 장기와 뇌수가 땅바닥에 쏟아지는 야만의 현장”이라고 작가 김훈은 말했다. 야만의 현장이 널려 있는 나라는 결코 ‘위대한 대한민국’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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