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8일 중국 상하이 자딩구 창지동루 인근에서 ‘아폴로 고(Apollo Go)’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택시를 예약했다.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전기차 아크폭스가 천천히 예약 지점으로 들어왔다. 차가 멈췄을 때쯤 차량 내부를 들여다봤다. 운전석은 물론이고 조수석과 뒷좌석도 모두 비어 있었다.
앱을 켠 상태로 휴대폰으로 차량 옆면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잠겨 있던 뒷문이 자동으로 풀렸다. 문을 열고 뒷좌석에 타자마자 “안전벨트를 매 주십시오”라는 안내 음성이 중국어로 흘러나왔다. 안전벨트를 맨 뒤 운전석과 조수석 의자 후면에 각각 붙어 있는 모니터에서 ‘출발’ 버튼이 떴다.
‘아폴로 고’는 중국 바이두가 개발한 자율주행 택시다. 2019년 중국 창사시에서 첫 시범 운전을 했다. 2022년 3월부터는 베이징에서 무인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상하이에서도 2022년 9월부터 무인 운행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바이두는 아폴로 고가 2019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1100만 건이 넘는 승차 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출발’ 버튼을 누르자마자 택시는 천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평균 시속은 대략 30~40㎞ 정도 됐는데 차가 없거나 긴 직선 구간에서는 속도를 60㎞까지 높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운전석에 있는 핸들은 좌우로 살짝살짝 움직이며 분주하게 차선을 맞추고 있었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는 것만 봐온 탓인지 한편으로는 사람 없이 핸들이 혼자서 찔끔찔끔 움직이는 모습이 부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때는 알아서 핸들이 천천히 90도가량 꺾이기도 했다.
차선 변경도 자연스러웠다. 차량은 20여 분간 6㎞를 이동했는데 그 사이 차선 변경이나 좌·우회전 때문에 불안함을 느낄 일은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도 자연스럽게 보도 옆으로 주차해 내리는 데 크게 지장이 없었다.
상하이에는 아폴로 고뿐만 아니라 오토엑스(Auto X), 포니AI와 같은 기업들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결제부터 모빌리티까지 무인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에서 한 정보기술(IT) 다국적기업에서 근무하는 카오이쳰(가명) 씨는 “현재 중국 빅테크의 서비스 범위가 방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결제와 자율주행 서비스를 연동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