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판다·어트랙션·수족관이 한 곳에
홍콩의 국민테마파크 ‘오션파크’
빽빽한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이 켜진 밤거리, 끊임없이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에스컬레이터까지 홍콩을 떠올리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로 향한다. 그러나 홍콩섬 남쪽으로 내려가면 풍경의 결이 달라진다. 빌딩이 물러난 자리에 남중국해가 시야를 열고, 숲이 길게 이어지며 도시의 박자도 한 템포 느려진다. 그 중심에 홍콩 최대 규모의 해양 테마파크 ‘오션파크(Ocean Park)’가 있다.

판다를 기다리는 아침
동물원과 수족관, 어트랙션, 워터파크가 한데 모인 오션파크는 워터프런트와 서밋,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워터프런트에서 가장 힙한 곳은 자이언트 판다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아빠 러러와 엄마 잉잉, 쌍둥이 자식 자자와 더더, 지난해 홍콩으로 건너온 안안과 커커까지 모두 여섯 마리의 자이언트 판다가 산다. 특히 잉잉은 19세, 사람 나이로 치면 50대 후반에 첫 출산에 성공하며 ‘세계 최고령 초산 판다’라는 기록을 세웠다.
판다들이 가장 분주해지는 시간은 아침 식사 후, 쌍둥이는 나무 위를 차지하겠다며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다. 먼저 발을 올린 쪽이 이길 것 같았지만, 얼음 바위를 딛고 올라서다 이내 짧은 다리를 허우적대며 미끄러진다. 유리 너머 관람석에서는 웃음과 탄성이 동시에 터진다. 그 사이 러러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대나무를 쥔 채 느긋하게 씹고 또 씹는다. 주변이 아무리 부산해도 제 속도로 ‘먹방’을 이어간다.
전시 공간은 자연 채광이 스며드는 숲처럼 꾸며져 있다. 바위와 경사로는 실제 서식지를 닮았다. 관람객은 유리 너머에서 내려다보는 대신 판다의 움직임과 같은 높이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시선을 맞추는 순간 관람은 구경에서 동행에 가까워진다.


사람이 함께 ‘머무는’ 동물원
오션파크가 지향하는 것은 ‘보여주는 동물원’이 아니다. 쇼보다 체험이 앞서는 이유다. 미어캣 먹이 주기 체험을 진행한 사육사는 “일정한 거리와 각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이 먼저 다가오고, 사람은 한발 물러서는 이 단순한 원칙 덕분에 오션파크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인증을 다섯 차례 연속 획득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그랜드 아쿠아리움에서도 이어진다. 200종이 넘는 해양 생물이 유영하는 대형 수조를 따라 걷다 보면 가오리와 상어가 천천히 시야를 가로지른다. 하이라이트는 은빛 물고기 떼가 원통형 수조를 가득 채운 공간이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회전하며 현실 감각이 느슨해진다.
그 끝에는 수족관 레스토랑 넵튠이 있다. 식사하다 고개를 들면 물고기들이 오히려 사람을 내려다본다. 관찰자의 시점이 뒤집히기 일쑤다.



풍경에서 스릴로, 순간 이동 케이블카
동물과의 교감이 끝났다면 이제 서밋으로 향할 차례다. 워터프런트와 서밋을 잇는 케이블카는 남중국해 상공 약 205m를 가로지르며 천천히 고도를 높인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을 향한 감탄은 점차 스릴로 바뀐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산악 전차 ‘오션 익스프레스’를 권한다. 잠수함을 콘셉트로 한 푸니쿨라 열차는 짧은 이동 시간마저 하나의 어트랙션으로 만든다.
서밋의 강도는 생각보다 세다. 홍콩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 ‘헤어 레이저’는 시속 88㎞로 바다를 향해 질주한다. 바닥이 없는 구조 덕분에 시선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고, 공포감은 배가된다. 공중에서 360도 회전하는 ‘더 플래시’ 역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오면 열대우림 콘셉트의 ‘레인포레스트’가 이어지고, 몇 걸음 옮기면 극지방 동물을 만나는 ‘폴라 어드벤처’가 나타난다. 정글에서 북극으로 건너가는 전환은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자연스럽다. 오션파크 특유의 고저차와 굽이치는 동선 덕분에 장면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내년 8월까지 이어지는 컬래버레이션 ‘마린 원더스’ 프로젝트도 인상적이다. 헬로키티, 시나모롤, 마이멜로디, 쿠로미, 폼폼푸린, 한교동까지 여섯 캐릭터를 해양 테마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게 한다. 마이멜로디 50주년, 쿠로미 20주년, 폼폼푸린 30주년을 기념한 콘텐츠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오랜 홍콩의 멋과 추억을 찾아
해가 기울 무렵 워터프런트로 돌아오면 공기의 밀도가 달라진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잦아들고,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오션파크는 하루를 꽉 채우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속도로 머무를 수 있는 선택지를 조용히 내민다.
느림의 멋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올드 홍콩’이다. 1950~1970년대 홍콩의 거리를 재현한 이 공간에서는 네온사인과 오래된 간판 아래 노포들이 이어진다. 걷다 보면 놀이공원 한가운데서 잠시 길을 벗어나, 홍콩의 한 골목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1977년 문을 연 오션파크는 홍콩 사람들에게 ‘처음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장소다. 부모 손을 잡고 처음 동물을 보러 왔던 날, 친구들과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 위를 건너던 장면이 시간을 건너 겹쳐왔다. 그리고 지금도 이곳은 다음 세대의 추억이 더해지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