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19세기에도 이미 ‘직장인 인기 메뉴’였다

2025-10-16

냉면은 ‘여름’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음식이지만, 사실 겨울에 먹던 음식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단맛이 든 월동 무에 감칠맛이 진해질 무렵 늦가을에 수확한 메밀로 면을 만들어 동치밋국에 말아 먹었다. 서늘하게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면 겨울냉면을 기다리는 마음이 두둥실 커지는 이유다.

‘국수틀을 눌러 뽑아 만든 메밀국수를 동치밋국에 말아 김치(무와 배추)를 얹고, 거기에 돼지고기 편육을 올려서 만든 차가운 국수’. 냉면은 삼국시대부터 우리와 함께했다. 신라 진흥왕이 어느 여름날 북부 국경 지대로 순찰을 나갔다가 무더위에 가지고 갔던 궁중 음식이 모두 상해 먹을 수가 없게 됐다. 이에 신하들이 산속에 사는 화전민 음식인 메밀국수에 얼음을 띄워 진흥왕에게 올렸다. 이것이 냉면의 시초로 전해진다.

냉면의 역사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404쪽 | 2만8000원

냉면은 대한민국 도시화와 근대화 선두에 섰던 음식이기도 하다. 갑오개혁 이후 인천 등 개항장을 중심으로 외식업이 활성화하며 19세기에 이미 ‘직장인의 음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냉면의 인기가 높아지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도 생겨났다. 냉면에 올린 돼지고기의 부패로 인한 식중독이 늘어나자 1946년엔 냉면 제조와 판매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엔 조선총독부가 냉면 가격과 국수 양을 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냉면 노동자들이 늘어나며 1925년 평양에서는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참여한 최초의 면옥노동조합이 결성되기도 했다.

한문학자이자 ‘냉면주의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고문헌에 기록된 냉면의 흔적들을 추적하며 냉면이 품고 있는 사회, 경제, 과학, 문학적 의미를 풀어낸다. 냉면을 만든 사람들, 그것을 둘러싼 제도와 문화, 민중의 삶까지 맛깔나게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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