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여주는 수고비 받겠다?…공인중개사 '임장비' 추진 논란

2025-04-25

부동산 매물을 고객과 함께 보러 다니는 일명 ‘임장’도 돈을 받고 해야 한다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주장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장 안내는 중개 활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보수를 전혀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일종의 중개 상담료 개념인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을 통해 중개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협회가 임장비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임장 크루’ 때문이다. 매수 의사 없이 부동산 공부나 콘텐트 제작을 위해 삼삼오오 모여 현장을 둘러보는 ‘임장 크루’가 늘면서, 중개사들은 집주인의 항의를 받는다든지 허위 매물로 의심받는 등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 중개사를 통해 집을 둘러볼 경우 일정 금액을 임장 비용으로 사전 지불하고, 이후 실제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보수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임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임장비 도입 추진에 대해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집 보여준 매도인이나 세입자에게도 절반은 줘야 한다” “임장비 받으려면 중개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가뜩이나 중개 수수료도 높은데 단순히 집을 봤다고 추가 비용까지 내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임장 크루의 민폐가 심한 건 사실이라 최소한의 방어 장치로 임장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장비를 도입하면 최근 늘어난 부동산 직거래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직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의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5만9451건으로 220배 이상 늘었다. 집값이 뛰면서 중개 수수료 등 거래 비용에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거주했던 이모씨는 “우리 집 매수 의사가 있는 손님도 아닌데, 공인중개사가 ‘구조는 똑같다’며 집을 보여주러 왔더라”며 “집 소개 서비스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임장비까지 받겠다면 차라리 직거래를 알아볼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2년 전 부모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집을 급매하려다 중개사와 갈등을 빚었다. 그는 “오래 거래해온 중개사에 중개 수수료를 1000만원(0.4%)만 내자고 했더니 기분 나쁜 티를 내더라”며 “집을 보여주며 고생한 건 세입자인데, 손님 몇 명 데려오고 1000만원 넘게 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게 화가 나서 발길을 끊었는데, 임장비까지 더해 받는다면 그건 정말 과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한발 물러섰다. 25일 협회 관계자는 “거래 절벽 상황에서 임장 크루로 인한 민원이 많아 내부적으로 검토 차원에서 언급된 사안이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다”며 “실제 도입하려면 국토교통부와 협의가 필요하고, 관련 법 개정도 선행돼야 해 바로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역시 협회 측에 임장비 도입 검토과 관련해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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