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마을 뒷산 계곡의 물은 늘 맑고 깨끗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물길이 막히자 흙탕물로 변하고 벌레가 많아졌다. 그 모습을 보며 물이 맑은 이유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일상으로 들어왔고,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젊은 세대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 공직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이 기대하는 공무원의 모습과 공직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공직이 직면한 현실은 쉽지 않다. 5년 미만 재직한 공무원이 퇴직한 수는 2024년 기준 1만2000명을 넘어섰다. 2018년에 5000여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올해 24대 1로 2018년 41대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공직이 흔들리면 국민이 불편해진다. 국민이 체감하는 국가정책 성과는 공직자가 얼마나 제대로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인사혁신처는 2026년 '국민에게 충직하고 유능한 공무원, 청렴하고 활력있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공직사회의 신상필벌을 확실히 한다. 적극적으로 일하다 실수한 공무원은 더 넓게 보호할 것이다. 국민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다. 그 실수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발전은 없다. 도전하는 공무원을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반면 소극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에게는 징계를 강화한다. “안 됩니다”만 반복하는 자세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국민의 불편을 외면하고 변명만 늘어놓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재난·안전 현장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근무하거나 민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우수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 포상과 특별승진의 기회를 확대한다. 땀을 흘린 만큼 인정받는 공직을 만들어야 더 많은 공무원이 자긍심을 갖고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다.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확충하고, 재난 대응 공무원에게 심리지원과 트라우마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순직 심의에 국민참여단을 신설해 재해보상 심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재해를 입은 공무원이 충분히 회복하고 업무에 복귀하도록 재활급여를 인상한다. 공무상 재해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화와 토론, 협의를 통한 민주적 공직문화도 만들어간다. 자율·책임, 협업 및 직무 중심 인사원칙을 명문화해 공무원이 독립된 자율적 주체로서 직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이것이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민주적 행정의 출발점이다.
매년 연말이면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766명의 교수가 선택한 2025년 사자성어 1위는 '변동불거(變動不居)'다. 중국 고서인 주역의 해설서인 계사전에 나오는 구절로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 본 그 계곡물이 다시 떠오른다. 물이 깨끗했던 것은 멈추지 않고 흘렀기 때문이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물길을 터서 끊임없이 흐르도록 할 것이다. 공정한 인사를 실현하고,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민주적 문화를 조성한다.
이 모든 변화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과감하게 실행할 것이다. 국민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공직, 그것이 인사혁신처가 만들어갈 2026년의 모습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tschoe56@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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