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심한 도덕적 혼란과 정치적 진영의 갈등 속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한국 상황은 2600년 전 아테네가 겪었던 내부 균열과 제도적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기원전 6세기 초 아테네는 극심한 재정 위기와 계급 갈등으로 인해 분열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귀족 출신이자 시인이었던 솔론(기원전 640~560 추정·사진)이 중재자로 추대되었다. 그는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전권을 위임받고 개혁을 단행했다. 솔론은 급진적인 혁명 대신 실용주의의 길을 택해 부채 탕감 정책(seisachtheia)을 통해 시민들의 채무를 없애고, 빚 때문에 노예가 된 시민들을 해방시켰다. 그러나 그는 부유층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재분배하지는 않았다. 신분에 따른 계급 대신 토지생산력을 기준으로 정치 참여의 기회를 넓히고, 재산 수준에 따라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차등적으로 배분하여 서민층 시민도 민회에 참여하고 배심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였다. 흔히 민주주의 창시자는 100년 뒤의 인물 클레이스테네스로 알려져 있지만, 솔론의 개혁은 민주주의가 탄생할 수 있는 제도적·철학적 기반을 미리 마련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아테네의 법을 성문화하여 귀족 계급의 자의적이고 불투명한 법 집행을 막았고, 법치주의의 기초를 놓았다. 이러한 노력은 이후 클레이스테네스가 민주적 개혁을 추진할 때 필수적인 토대가 되었다.
현재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전 정부의 정책을 되돌리는 여러 가지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이념이나 진영 논리 대신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며 극단적 대결 대신 균형 잡힌 국정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솔론의 개혁이 아테네를 위기에서 구한 것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개혁이 대한민국을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기를 많은 사람들이 소망하고 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