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화 이후의 특성인 양당 체제가 실질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서의 힘, 권위, 호소력을 잃고 있다. 반면에 175석의 거대 의석, 대통령의 행정권력 등을 두루 갖춘 민주당은 민주화 이후 최대 권력을 쥔 패권 여당으로 올라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제 고만고만한 군소 야당들 위에 우뚝 선 헤게모니 세력으로 유지될 것인가. (지금 누가 국민의힘의 미래에 관심이 있겠는가?)
민주화 이후 최대 권력 쥔 민주당
국힘 추락으로 견제 세력 사라져
새 정부 실용노선과 민주당 이념
두 축의 협력과 불협화음이 관건
일본 자민당처럼 민주당은 장기 집권의 입구에 들어선 것일까.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을 파랗게 물들이고 그 여세를 앞으로도 몰아갈 것인가. 몇 가지 신호는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첫째, 자진 붕괴의 길을 걷고 있는 국민의힘의 처참한 상황. 둘째, 민주당 지지의 중핵을 이루고 있는 수도권 4050이 한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휘하는 이슈 주도력.
반면에 민주당 권력이 항상 순조롭기는 어렵다는 신호도 있다. 최근 자본시장 활성화, 세제 개편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접근과 민주당 일부의 이념적 고집의 불협화음은 앞길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으리라고 예고한다.
먼저 파란 신호등부터 검토해 보자. 민주당 권력 지속의 첫째 조건은 존폐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보수정당 국민의힘의 무기력이다. 시계열을 짧게 보자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계엄 사태 이후 지리멸렬의 길을 한결같이 걸어왔다. 12월의 그 날 밤 결정적인 역사의 갈림길에서 계엄 해제 표결에 대거 불참함으로써 국힘은 스스로 주변화하는 길로 들어섰다. 이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에 미련을 갖느라 정치적 고립은 날로 심화되었다.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국힘은 이제 극우세력에 의한 정당 납치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계열을 넓혀 보자면, 지난 수십 년간 산업화-민주화-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나름의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보수정당은 21세기의 흐름에서 낙오하고 있다. 양극화, 민주주의의 동요, 탈세계화라는 새로운 조류 속에서 보수정당은 부적응자가 되어 있다. 주요지지 세력은 산업화의 향수에 갇혀 있는 고령 세대로 위축되고 있다. 의원들의 주력은 산업화 시대의 국가 주도, 위계적 문화, 권위적 정치에 젖어 안주하는 이들이다. 고리타분한 국힘의 문화와 윤석열 정부가 만나서 빚어낸 결과가 계엄 사태라는 파국적 결말이었다.
대안 세력의 파국이라는 배경만 강조해서 보면 민주당의 권력은 철옹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권력이 커지고 세력이 확장된 만큼 내부의 불협화음이 커질 수도 있다. 간단한 예가 최근 주식시장을 포함한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과 이에 대한 민주당 일부의 저항이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으로 상징되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임기 초에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은 명분과 실리를 두루 겨냥한 정책이었다. 한편으로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거버넌스를 개혁하면서(후속 조치로 거론되는 기업인 배임죄 완화, 차등의결권 등은 아직 논의 중이다), 동시에 부동산에 지나치게 쏠려있는 시민들 자산을 금융화하는 정책 방향은 대체로 수긍할 만하다. 실제로 상법 개정이 이뤄지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 가시화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폭발적으로 상승하였다.
탄력을 받던 이 대통령의 자산 금융화 정책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끼어들면서 혼탁해지고 있다. 논란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기존에 당정 논의를 이끌던 이소영 의원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안(기존 최고세율 49%까지 걷던 배당소득세를 나머지 소득과 분리해서 징수하고 최고 세율은 25%로 조정하는 방안)을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주식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안이 불거지면서 코스피 지수는 크게 흔들렸다. 이렇게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등에는 민주당의 부자 감세론이 시장경제에 무지한 운동권의 논리라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하나의 예고편인가? 이재명 정부를 특징짓는 실용 비전, 즉 AI 선도국가로 가는 대규모 투자, 국가 에너지 구조의 전면 개혁 등의 고비마다 민주당 운동권과의 불협화음은 반복될 것인가?
열쇠는 민주당의 주력 지지층인 수도권 4050이 쥐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오래전 청년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실용 정책이 당시 여당의 경직된 이념과 충돌하며 겪는 어려움을 지켜본 바 있다. 이들은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실용적 선택으로서의 한미 FTA(그동안 무관세로 미국 수출을 가능하게 했던) 등이 지난 20여 년 우리가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오는 밑거름이었음을 직접 경험해 왔다. 결국 이들 4050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접근과 얼마나 공명하는가에 따라 민주당의 미래가 좌우되지 않을까.
장훈 본사 칼럼니스트·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