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출된 방사능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같은 해 4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12개 지방측정소에서 대기 부유먼지의 방사능을 측정한 결과 전 지역에서 미량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우려가 커지자, 환경부는 2014년부터 전국 주요 하천·호소에서 방사성물질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그간 한강 수역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지속적으로 검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강 수역 중 방사성이 검출된 지점은 12곳이다. 서울시 내에 있는 중랑천, 노량진(한강대교 부근), 탄천(삼성교 부근)도 포함됐다. 특히 탄천과 중랑천은 매년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2016년부터 한강에서 검출
환경부가 정기적인 공공수역의 방사성물질을 조사한 건 지난 2014년부터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매 반기별로 공공수역 방사성물질인 세슘(Cs-134, Cs-137)과 요오드(I-131)를 조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국의 방사성물질 조사 대상 하천·호소는 90개 지점이다.
그런데 비즈한국이 한강수역의 방사성물질 정기 측정 결과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6년부터 매년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방사성이 검출된 한강 수역 내 12지점은 행정구역상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에 속한다. 최대치는 지난 2017년 11월 남양주시 화도읍 묵현천에서 측정된 요오드는 리터당 0.732Bq(베크렐)이다.
지난 2011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전국 12개 지역에서 조사한 방사성 요오드의 최대치는 리터당 0.000000764Bq 수준이다. 당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X-ray 1회 촬영과 비교할 때 약 1400분의 1 수준으로 극미량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한강 수역 지점은 모두 9개 지점이다. 최고 수치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탄천으로 리터당 0.437Bq이다.
특히 탄천과 중랑천은 매해 요오드가 검출됐다. 2016년 6월부터 2024년 4월까지 탄천(2회 불검출)의 평균 요오드 수치는 리터당 0.223Bq, 2017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중랑천(1회 불검출)의 평균 요오드 수치는 리터당 0.247Bq이다.
#측정만 하고 대책은?
2014년 환경부가 공공수역의 방사성물질 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한 이후 한강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한강에서 방사성이 검출됐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부분은 아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사성물질 수질에 대한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즉, 위험성 기준 없이 조사만 하는 셈이다. 환경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10Bq/L)을 준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관내 방사성물질이 일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법적 규제는 없다”고 귀띔했다.
공공수역의 방사성물질 측정을 담당하는 국립환경과학원 역시 조사는 하지만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매년 요오드가 검출되더라도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현재 수질의 방사성물질 기준치는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기준치를 가이드라인으로 두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검출이 안 되다가 되는 지점이 있으면 원인 조사를 한다. 다만 방사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주관이기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이 해당하는 지자체에 조사를 통보하거나 규제할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하천의 방사성물질 측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일반 하천의 방사성물질 수질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방사성 기준치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기준치를 넘었을 때 할 수 있는 대책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천은 오염이 되면 인위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요오드가 지속적으로 검출된다는 건 어딘가에서 유출된다는 것이고, 이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수질을 측정하는 이유는 기준치를 초과하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지금은 데이터는 있는데 기준이 없어 문제가 있어도 조치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나온 후 환경부에서 측정은 하고 있지만, 대처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기준 수립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북한산 '라돈' 기준치 544배 검출 후 5년째 '나 몰라라'
· '방사선 아스팔트' '라돈 침대' 결국 흐지부지…원자력안전위원회는 뭘 했나
· 일본 오염수 방류 코앞, 피해 어민 금융지원 어떻게 되나
· '노원구 아스팔트 방사능', 50년 추적한다더니 추가조사조차 안 했다
· 1년 7개월째 조사만…경주 월성원전 오염수 누출 둘러싼 의혹 재점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