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탈환' 박현수號 11번가, 쿠팡 독주에 맞불

2025-05-09

쿠팡의 독주 체제에 도전장을 내민 박현수號 11번가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오픈마켓 수익성 강화, 멤버십 개편,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고, '외형보다 내실'을 앞세운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달 말 최고사업책임자(CBO)였던 박현수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2018년 경영관리실장으로 합류한 이후 Corporate Center장, CBO를 역임하며 전략과 재무 구조를 실무선에서 꾸준히 조율해 온 인물이다. 대표 취임 이전에도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 작업에 깊이 관여해왔으며, 현재의 전환 흐름은 그가 설계한 방향과 맞닿아 있다.

외형 확대는 수치로 증명된다. 9일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11번가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893만명으로 전월 대비 2.0% 늘었다.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는 880만5000명으로 3.5% 줄며 3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쿠팡은 3339만1000명으로 여전히 압도적 1위를 지켰지만, 전월보다 소폭 줄었다.

이용자 확대의 배경엔 멤버십 개편이 있다. 기존 '패밀리플러스'를 확장한 '11번가플러스'는 마트·뷰티·디지털 분야별로 포인트 적립, 전용 쿠폰 등 세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수는 70만명을 넘겼고, 가입 고객의 재구매율은 비가입자 대비 60% 이상, 객단가는 50%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 '그랜드십일절' 행사와 맞물려 하루 기준 가입자 수가 직전 달 대비 13배 이상 폭증하기도 했다.

배송 서비스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SSG닷컴과의 전략적 제휴를 복원하며, 이마트몰이 11번가의 장보기 전문관 '마트플러스'에 재입점했다. 고객은 이마트몰 신선식품을 새벽배송이나 주간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고, 기존 오픈마켓 구조에서 약점이던 장보기 상품군의 공백을 메우게 됐다. 이마트 장보기엔 스마트 장보기, 소비기한 임박상품 큐레이션, 개인화 추천 등 편의 기능도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유통업계는 이를 "쿠팡 독주에 맞선 협력 연합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네이버와 컬리, 신세계와 알리익스프레스 등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점유율 수성에 나서는 가운데, 11번가와 SSG닷컴의 '윈-윈' 모델 역시 이커머스 구조 개편 흐름 속에 포함된다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 흐름도 가시화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6648억원, 영업손실 6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상승했고, 영업손실은 1261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광고비는 1099억원에서 826억원으로, 종업원 급여는 1087억원에서 841억원으로 줄이며 비용 효율화가 이뤄졌다. 리테일 부문도 직매입 축소와 슈팅셀러 확대를 통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 회복과 별개로,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SK스퀘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기준 총 2275억원의 리스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유동부채는 506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22%가 1년 내 상환 대상이다. 리스부채는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에 직접 반영되진 않지만 실제 현금흐름에는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고정비 구조는 수익성 개선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익 개선 또한 본질적인 매출 확대보다는 긴축 중심 전략에 의존한 면이 크다. 비용 절감은 일시적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경쟁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선 서비스 질 하락이나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쿠팡은 자체 물류망과 로켓배송 전국망을 통해 예측형 운영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의 제휴로 당일배송 기반을 다졌다. 반면 11번가는 외부 제휴에 의존하는 구조로,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인프라 없이 어느 수준까지 대응이 가능할지 불확실하다.

박현수 대표는 "고객과 셀러 모두에게 실질적인 만족을 주는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연내 전사 EBITDA 기준 흑자를 실현하겠다"며 "지속 가능한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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