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0%대' 음악방송의 몰락…"방송사 많이 돌면 되레 손해"

2025-09-16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기획사 입장에서 음악방송을 하기위해 방송사를 오래 돌아다니면 오히려 손해예요."

한때 대중음악 트렌드의 중심이었던 음악방송이 이제 더 이상 아이돌 활동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신곡을 발표한 가수들이 한 달 이상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며 컴백 활동을 이어갔지만, 최근에는 2~3주 정도로 짧아졌다.

여전히 음악방송의 상징성과 고유의 역할은 남아 있지만, 시청률 하락과 정형화된 연출, 팬덤 중심의 투표 시스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영향력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

실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2022년 기준,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지상파 3사의 음악방송 시청률은 많아야 1.2% 미만에 머물렀으며 이마저도 최근에는 0%대에서 맴돌고 있다.

연예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요즘은 굳이 음악방송으로 무대를 확인하지 않아도 무대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방송사가 유튜브를 통해서도 무대를 송출하고 더 나아가 최애 직캠도 따로 찍어서 올려준다"며 "언제 어디서나 핸드폰을 통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이 굳이 시간 맞춰 TV 앞에 앉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엠카운트다운'에서 업로드한 '방탄소년단' 뷔의 직캠은 1억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갓더비트'(SM프로젝트 그룹) 윈터의 직캠은 조회수 1722만회를 자랑하고 '아리랑 티비'에서 업로드한 '빌리' 츠키의 직캠은 1516만회를 돌파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한국미디어 패널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시청한 사람의 비율은 2017년 77%에서 2024년 68%로 9% 감소했다. 또 2024년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주 5일 이상 TV 이용비율은 69.1%로 전년(71.4%) 대비 감소한 반면, 주 5일 이상 스마트폰 이용 비율은 92.2%로 전년(91.4%) 대비 증가했다. 그중 스마트폰을 통해 주 5일 이상 이용하는 주요 콘텐츠로는 숏폼이 41.8%로 큰 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음악방송 무대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케이콘 LA'를 비롯한 글로벌 특집 무대는 K팝의 해외 확산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팬들에게는 현지에서 아티스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음악방송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오히려 K팝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팬덤 문화의 확산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서 찾는다. 과거 음악방송이 '대중 음악의 장'이었다면, 이제는 유튜브·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이 트렌드 형성과 소비의 핵심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돌 신곡은 음악방송보다 릴스나 숏츠 등 숏폼 콘텐츠를 통해 더 빨리, 더 멀리 퍼지고 있다.

그럼에도 음악방송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국내 팬덤에게는 '1위 트로피'가 상징성을 지니고 있고, 해외 팬덤에게는 K팝의 무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연예계 관계자 A씨는 "일주일 내내 음악 방송을 돌다보면 기획사 입장에서는 금전적 손해가 막대하다. 출연료는 굉장히 소액인데 헤메코(헤어·메이크업·코디) 등 지출할 돈은 많다. 대형기획사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할 수 있겠지만 중소 기획사에게 음악방송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레드오션 속에 음악방송을 위해 방송사를 오래 돌며 이름을 알리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시대의 변화에 맞게 팬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moonddo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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