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진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2024-10-09

대통령 임기 절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 정부 탓을 하는 정부‧여당이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다. 재정이 어려운 것도 전 정부 탓, 정보사 기밀유출도 전 정부 탓, 하다 하다 이제는 윤 대통령 관저 이전도 전 정부 탓이란다.

이런 윤석열 정부의 ‘남 탓’이 가장 빛을 발했을 때가 잼버리 사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지난해 8월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는 “더 많은 첨단기업이 새만금 플랫폼에 모이고, 외국기업 투자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잼버리 개영식이 열렸던 날이었다.

그러나 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나자 윤석열 정부는 180도 달라졌다. 마치 잼버리 파행이 전북과 새만금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며 전혀 상관없는 새만금 SOC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공식적으로 재검토 지시를 내린 사람이 한덕수 국무총리다. 국무총리실에는 새만금위원회와 새만금사업추진지원단이 설치돼있다. 사실상 국무총리가 새만금 사업의 컨트롤타워인셈이다. 새만금 사업이 추진돼온 그 모든 과정에서 총리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도 마치 제3자처럼 사업 전면 재검토를 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못지 않다.

1987년 12월 노태우 민정당 대선후보가 새만금 사업을 공약으로 발표한 이래 8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새만금 사업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노태우 후보 공약 발표 다음 날 농림수산부 장관이 사업추진계획을 발표했고, 이듬해 농림수산부 산하 농업진흥공사 소속으로 새만금사업단이 설치됐다.

1991년 8월에는 새만금지구 간척사업 시행계획이 확정됐는데 농림수산부 장관이 사업시행자였고, 농업진흥공사가 위탁받았으며, 일부 업무는 전라북도에 위임했다. 이처럼 사업 초기에는 농림수산부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고, 2009년 새만금의 효율적 개발관리와 환경보전 심의를 위해 국무총리실에 새만금위원회와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이 설치됐다. 위원회에서는 중요사항을 심의‧결정했고, 기획단에서는 농림수산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정책들을 통합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2013년 9월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획단은 폐지되고 국토교통부 산하에 새만금개발청이 설치됐다. 그러나 3년도 안 돼서 기획단은 ‘새만금사업추진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다. 국토부 산하 청 단위인 새만금개발청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를 상대로 정책을 조정‧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2016년 2월에는 국무총리 산하에 새만금사업추진지원단이 설치됐고 2018년 9월에는 새만금개발공사도 설립된다. 지원단이 컨트롤타워를 맡고 새만금개발청과 공사가 개발을 전담하는 현재의 체제가 갖춰진 것이다.

국무총리 산하 새만금위원회와 새만금사업추진지원단부터 새만금개발청, 새만금개발공사,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전라북도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새만금 사업에 관여하는 조직이 많지만, 어찌 된 일인지 새만금 사업은 속도를 내기는커녕 더디기만 하다. 새만금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하려는 ‘진짜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무총리는 전북의 새만금 사업을 책임질 생각이 없다. 관망하다가 사업이 잘되면 자기 덕이라고 나설 것이고, 잘못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탓할 조상을 찾을 것이다. ‘무늬만 컨트롤타워’는 더 이상 필요 없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온 전북도민에게는 새만금 사업을 책임질 ‘진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춘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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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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