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 감독이 바라보는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은?

2025-04-24

"이렇게 전설적인, 배드민턴의 신 같은 분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박주봉 감독과의 만남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영광을 표했다.

안세영은 오늘(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세계혼합단체선수권(일명 수디르만컵)이 열리는 중국 샤먼으로 출국했다.

앞서 전영오픈 우승 이후 허벅지 부상으로 아시아선수권에 나서지 못했던 안세영은 수디르만컵을 복귀 시점으로 잡고 회복에 전념해 왔다. 안세영은 먼저 몸 상태와 관련해 "많이 회복됐고, 다 나아서 지금은 괜찮은 상태"라고 전했다.

길었던 감독 공백이 채워지자, 대표팀의 분위기도 한층 밝아 보였다. 수속을 밟기 위한 긴 줄이 지루할 법도 한데, 선수단과 박주봉 감독은 마치 오래 본 사이처럼 재미있게 수다를 떠는 모습이었다.

안세영은 "박주봉 감독님이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노력해 주시는 것 같아서 저도 거기에 맞게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장난도 많이 쳐주신다.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시합장에서 많이 보던 분이셔서 그렇게 어색한 건 없다"고 밝혔다. 또 "시합장에서는 적으로 만났다면, 지금은 제일 든든한 감독님으로 계시는 거니까 믿고 든든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박주봉 신임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이 수디르만컵 출국 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촬영기자: 김용모)

오랜만에 방송 카메라 앞에 서서 긴장된다는 박주봉 감독은 일본에서 넘어온 지 이틀 만에 다시 선수단과 중국으로 향하게 됐다.

박 감독은 "일본에서 20년 했고, 영국과 말레이시아 등 해외 생활을 합하면 거의 29년 만에 온전히 한국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진천선수촌의 배드민턴장을 딱 들어가는 순간 가슴이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이 우리 배드민턴의 산실이구나' 하며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다"고 기분을 전했다.

박주봉 감독은 처음엔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몇 차례 고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대표팀 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했다. 부담도 있었지만, 후배들을 위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감독직을 맡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배드민턴의 황제가 배드민턴 여제를 지도한다는 소식은 많은 팬들의 관심사다. 안세영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묻자, 박 감독은 "지금은 안세영의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박 감독은 안세영이 조금 더 부담을 내려놓길 바라는 스승으로서의 마음도 전했다.

박 감독은 "제가 보기엔 본인이 더 완벽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부담과 스트레스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어제도 면담하며 이야기했는데, '올해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어도 다음엔 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컨디션도 항상 100%일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부담 없이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세영이에게 말해줬다. 어쨌든 본인이 더 완벽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는 것 자체는 뭔가를 더 열심히 해보겠단 마음가짐이 됐다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소통해 나가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오는 27일부터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수디르만컵 우승에 도전한다. (촬영기자: 김용모)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오는 27일부터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수디르만컵에서 대만, 캐나다, 체코와 B조로 묶여 조별리그를 치른다. 조별 1, 2위가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최강자 중국이 대회 4연패를 노리고 있지만, 우리 대표팀 역시 만만찮은 전력으로 8년 만의 우승 도전에 나선다.

박주봉 감독은 선수단의 현재 상태와 관련해 "안세영은 본인 말로 '컨디션이 좋다. 앞 주에 남자 선수들과도 경기하면서 문제없었다'고 말하는데, 연습하고 시합은 또 다르기 때문에 게임 수를 조율하면서 해야 할 것 같다. 서승재-김원호 조도 그간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면서 부상도 있었고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 대회에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부상 회복과 컨디션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단체전이 선수단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도 밝힌 박주봉 감독. 1991년 제2회 덴마크 대회와, 1993년 제3회 영국 대회에서 한국의 첫 우승에 앞장섰던 선수 박주봉이 이젠 감독으로 후배들과 함께 역사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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