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올림픽 정식종목 플래그풋볼 위해...'꿈의 직장' 구글 퇴사했다

2025-04-24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는 한국 팬에겐 생소한 종목이 추가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0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LA 올림픽 세부 종목 총 351개를 확정했는데, 플래그풋볼(FLag Football)도 정식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지역을 제외한 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다.

'미지의 스포츠' 플래그풋볼에 청춘을 건 '여장부'가 있다. 그 주인공은 한국 플래그풋볼 여자 국가대표 서가은(28·랩터스)이다. 23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서가은은 "플래그풋볼은 스포츠의 '블루오션(경쟁이 적은 유망한 시장)'이다. 노력에 따라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단 뜻이다. 플래그풋볼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나올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1997년생 서가은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우건설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유년·청소년 시절을 말레이시아·태국·스리랑카 등 동남아 지역에서 보냈다. 2015년 말레이시아에서 고교 졸업했고, 그해 연세대 국제학부에 진학해 비교문학과 문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 2021년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에 입사했다. 아시아 지역 유튜브 광고주들과 협업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주 업무였다.

플랩풋볼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5월이었다. 학창 시절 배구, 배드민턴, 농구 투포환, 원반던지기 등 각종 운동을 섭렵했던 그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플래그풋볼이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된다는 기사를 접하고 마음 한구석에 접어뒀던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다. 서가은은 "인터넷에 검색하니 한국에도 여성 플래그풋볼 클럽팀(랩터스)이 있었다. 그 길로 가입 신청하고 훈련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서가은은 단 번에 플래그풋볼의 매력에 빠졌다. 주 3회 훈련도 부족했다. 다부진 체격(1m60㎝)에 순간 스피드(40m 5초대)가 강점인 서가은의 포지션은 공격수(러닝백)다.

열정과 운동 능력을 눈여겨본 클럽팀 코치의 권유로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참가했는데 덜컥 합격해 그해 8월 핀란드 세계선수권(한국 20위)에 나가게 됐다. 결국 그는 지난해 5월 플래그풋볼에 집중하기 위해 입사 3년 만에 구글을 퇴사했다. 주변에서서가은은 "대학생 땐 구굴에서 입사해 그곳에서 정년퇴직하는 게 꿈이었는데, 플래그풋볼을 시작한 이후 꿈틀대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새로운 꿈을 따라 과감하게 떠났다"며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도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꿈의 직장도 그만두게 한 플래그풋볼의 매력이 뭐냐'고 묻자, 그는 "플래그풋볼은 공을 잡는 순간 동료들에게 패스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룰이 있다. 혼자서 덩치가 훨씬 큰 수비 5명 사이를 돌파해야 한다. 달리기 시작할 때 느끼는 긴장감과 공격에 성공했을 때 짜릿함은 지금껏 다른 스포츠에선 느껴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이때부터 서가은은 플래그풋볼에만 집중했다. 주 6회 훈련에 개인훈련도 빼먹지 않았다.

지난 겨울엔 훈련 중 상대와 충돌해 안와골절상을 입고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년간 치료비 등에 들어간 돈만 1000만원에 가깝다. 여기에 자비로 충당하는 훈련비와 대회 참가비도 수백만이다. 그는 이어 "구글을 퇴사한 것도 퇴직금을 훈련에 다 쓴 것도 후회 안한다. 바람이 있다면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이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일본이 세계 3위인데, 우리도 올림픽에서 사고 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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