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키스를 한다. 이는 원숭이, 북극곰, 기린, 개미 등 다양한 동물에서도 볼 수 있는 행위지만, 특히 인간에게는 생존과 생식에 필수적인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그 기원에 대한 연구가 다수 진행됐다.
과학자들은 이 행위의 시발점을 확인하기 위해 진화적 기원을 추적한 결과 최대 2150만년 전 인간과 대형 유인원 공통 조상에서 '입맞춤'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마틸다 브린들 박사가 이끄는 영국·미국 공동연구팀은 관련 연구 결과를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ur)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키스 기원을 확인하기에 앞서 '입술이나 입 부분을 약간 움직이고 음식을 옮기지 않는, 비(非)공격적이고 직접적인 구강 사이 접촉'이라고 정의했다.
이 때문에 화학적 신호를 교환하는 하는 개미의 입맞춤, 음식물을 씹어서 전달하는 일부 동물의 행위, 물고기들이 영역을 지키기 위해 입을 부딪히는 '키스 파이팅' 등은 '키스'에서 제외됐다.
대신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등 영장류 외에도 늑대, 프레리도그, 북극곰(혀를 날름거리는 엉성한 형태), 알바트로스 등에서는 '키스'라는 정의에 적합한 입맞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영장류에 초점을 맞춰 키스의 진화적 역사를 재구성했다.
연구팀은 현대 영장류 중 아프리카·유럽·아시아에서 진화한 원숭이와 유인원 종들에서 키스가 관찰된 사례를 문헌에서 수집, 이 데이터를 해당 영장류의 현존하는 종과 멸종된 종 사이의 진화적 관계에 대한 정보와 결합했다.
수백만번의 진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인류와 대형 영장류의 첫 키스는 1690만~2150만년 전 사이에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키스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앞선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사이 구강 미생물이 공유된 흔적이 발견됐는데 “두 종이 갈라진 후에도 수십만년 동안 타액을 교환했다는 의미”라고 브린들 박사를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왜' 키스가 시작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브린들 박사는 “키스가 생식 성공률을 높이거나 상대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되는 성적인 맥락에서 사용될 수 있으며, 플라토닉한 방식으로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추측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