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채소의 익힘 정도가 이븐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쉐프가 심사를 하며 했던 말이다.
당시 프로그램을 볼 때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풀무원의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Plantude)'를 방문하고, 이 말이 떠올랐다. 참고로 '이븐(even)하다'는 '완벽하다', '최적화됐다'는 의미로 쓰였다.
풀무원은 현재 플랜튜드 코엑스점과 아이파크몰 용산점(이하 용산점) 등 2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 6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은 한산한 편이었다. 플랜튜드 용산점은 테이스트파크 7층에 위치해 있다.
7층 자체가 식당가 위주다 보니 어둡고 차분한 느낌이 있었는데, 플랜튜드는 따뜻하면서 밝은 느낌이 들었다.
외부는 전면 통창으로 내부가 보여 탁 트인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옅은 초록빛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입장하기 전 메뉴판에서 메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고사리오일스톡파스타 ▲두부가라아게메밀면 ▲칠리모둠버섯두부강정 등 익숙하면서도 이색적인 메뉴들을 찾을 수 있었다.
플랜튜드는 비건 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특별한 순간에만 찾는 특별식이 아닌,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하고자 1만원대의 합리적 가격과 친숙한 메뉴 구성을 통해 비건과 非비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맛있는 비건 음식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음식들이 1만원대의 가격으로 구성돼 있었다. 메인 메뉴 중 가장 비싼 메뉴는 '헬시업가지덮밥&토마토순두부스튜'로 1만7천원이었다.
본격적으로 입장하니 비건 인증 레스토랑이어서 그런지 내부에 다양한 식물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내부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입구에 조성된 스마트팜도 인상적이었다. 매장 내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해 직접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스마트팜으로 수확한 채소는 메뉴 조리 시 식재료로 일부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식당 안에는 외국인 고객부터 20대, 4~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실제로도 고객층은 20대~60대 이상까지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심성희 플랜튜드 용산점 점장은 "플랜튜드 용산점은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매장"이라며 "외국인, 커플, 소모임, 비지니스 모임, 가족모임 등 다양한 고객분들이 방문해 주셔서 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뿜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용산점은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PDR룸(Private Dining Room)도 있어 생일파티, 소모임, 간단한 미팅을 원하는 고객들이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랜튜드는 비건과 非비건 고객의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는 메뉴들로 구성하고 있는데 특히 ▲고사리오일스톡파스타 ▲모듬버섯두부강정 ▲라구 리가토니 파스타 ▲순두부 인 헬이 베스트 메뉴로 꼽힌다.
이날 기자는 ▲고사리오일스톡파스타 ▲순두부 인 헬 ▲모닝글로리덮밥 ▲트러블감태크림떡볶이 ▲모둠버섯두부강정 등 5개의 메인 메뉴와 함께 ▲핑크델리커트에이드 ▲메리골드 꽃차 등 2개의 음료를 먹어봤다.
메인 메뉴를 보니 전반적으로 플레이팅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채소 본연의 푸릇한 색, 다채로운 색감의 식용꽃과 함께 채소 본연의 향도 입맛을 돋게 했다.
먼저 고사리오일스톡파스타에는 튀긴 고구마채가 올라가 있었는데, 씹는 식감이 이색적이었다. 은은한 고사리향과 함께 살짝 매콤한 맛이 오일 파스타와 잘 어울렸다.
실제로 심성희 점장 역시 시그니처 메뉴인 '고사리오일스톡파스타'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고사리가 친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단백질이 풍부하며, 파스타면과 가니쉬로 올려진 고구마채 튀김을 같이 말아서 오일 스톡에 젹셔 먹으면 살짝 매콤하면서 오일리한 식감과 맛이 좋아 매력적인 메뉴"라고 첨언했다.
이어 모둠버섯두부강정은 두부, 표고버섯, 새송이, 연근을 튀겨 특제 간장 소스에 볶아낸 요리로, 익숙한 맛이었다.
아울러 놀랐던 점은 바삭한 식감이었다. 딱딱하거나 눅눅하지 않은데, 속 안 채소의 익힘도 이븐한 느낌이 들었다. 이와 함께 버섯과 두부 등 채소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모닝글로리 덮밥의 경우 공심채를 마늘향이 나도록 볶아낸 요리로, 채소의 감칠맛이 돋보였다. 특히 모닝글로리 덮밥 안에는 콩고기가 있었는데, 콩고기 하면 떠오르는 어색한 느낌은 없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모닝글로리 덮밥이 가장 맛있었다. 채소의 익힘 정도나 야채 특유의 감칠맛이 잘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순두부 인 헬의 경우 토마토 소스에 순두부가 들어간 음식으로 갈릭 브레드가 곁들여져 있었다.
익숙한 토마토 소스의 맛과 순두부의 조화가 잘 어울렸고, 플레이팅에 올라간 바질을 함께 올려 먹으니 향긋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트러플감태크림떡볶이의 경우 마카다미아 크림 소스를 사용해서 그런지 일반 크림 소스와는 다른 맛이 났다. 안에 들어간 감태를 씹는 식감도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직원들은 '모듬버섯두부강정+순두부 인 헬'을 먹팁으로 추천했다. 이렇게 같이 먹어보니 모듬버섯두부강정의 단짠단짠한 맛과 순두부 인 헬의 매콤새콤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이날 기자 역시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다 보니 개인적으로 '모닝글로리 덮밥+순두부 인 헬' 조합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닝글로리 덮밥 특유의 감칠맛과 순두부 인 헬의 매콤한 토마토 맛이 조화로워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다.
이외 달짝지근한 핑크델리커트에이드도 맛있었으나 개인적으로 메리골드 꽃차가 인상적이었다. 노란빛 꽃차의 은은한 향과 함께, 꽃차 특유의 깔끔한 맛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기 좋았다.
한때 국내에서 채식이나 비건이라고 하면 괜히 무거운 느낌이 들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사실 한국인들의 식단에서 채식은 어색하지 않다. 다양한 야채가 들어간 비빔밥, 미역국, 파래와 같은 반찬 등 나물과 해조류 등은 이미 익숙한 메뉴다.
단지 비건이라는 이름으로 일각에서 진입장벽이 느껴진다는 분위기가 있을 뿐이다. 풀무원은 이 같은 진입장벽 탈피를 위해 2가지를 중점으로 뒀다.
풀무원 관계자는 "플랜튜드는 ▲대중적인 친숙한 메뉴 ▲합리적인 가격 설정으로 비건과 非비건 고객 모두가 비건 음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플랜튜드는 많은 고객들에게 가치소비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층이 비건 문화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메뉴 개발과 분위기 있는 공간 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성희 점장 역시 "플랜튜드는 비건과 논비건 모두가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메뉴들로 구성돼 딱히 비건을 구분지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방문하시는 고객분들도 비건 상관없이 맛있게 식사하시고 간다"고 귀띔했다.
플랜튜드는 채소의 다채로운 식감과 조리법을 활용한 라이스 메뉴와 누들 메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는 겨울 시즌을 맞아 키즈 메뉴와 면 메뉴 신제품을 개발 중으로 12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메뉴 구성을 통해 식물성 건강식의 경험을 확장할 예정이다.
점차 비건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수는 2019년 150만명에서 올해 250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념조차 생소했던 과거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 불과했으나 약 15년만에 약 17배나 급증한 것이다.
현재까지 플랜튜드 2개점(코엑스점, 아이파크몰 용산점)의 메뉴 판매량은 총 36만7천개를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회사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3호점을 새롭게 출점할 계획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플랜튜드의 확장을 통해 건강한 식생활과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플랜튜드를 개인의 건강과 환경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