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BESS, 배터리업계 재도약 기회로

2025-05-15

전력당국이 우리나라 섬지역이 아닌 본토에 전력 계약시장 용 배터리기반 에너지저장장치(BESS) 대규모 발주를 준비하면서 배터리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게됐다. 가뜩이나 전기차시장 배터리 수요 정체로 어려움에 처해있던 배터리 대기업 3사가 모두 수주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전력거래소가 호남지역에 540메가와트(㎿·3240MWh) 규모로 구축할 이번 BESS는 2년전 제주에 2000억원을 들여 구축했던 65㎿(260MWh) 설비와 비교하면 8배 이상 큰 규모다. 금액상 1조원이 훌쩍 넘고, 대기업 3사를 주축으로 각 분야 강점을 가진 중소·중견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여 업계로선 충분한 활력소로 기대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계약시장용 BESS를 신재생에너지 발전분의 전력 계약시장에 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화력 발전 전기에 비해 간헐적이고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BESS에 저장했다가 공급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정합성을 높일 수 있는 필수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번 구축 입지가 풍력·태양광 등 발전 비중이 높은 호남으로 정해진 것도 같은 연유로 풀이된다.

다만, BESS도 배터리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전기차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화학 반응에 의한 화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돼 전국 ESS 연쇄 화재로 전력·안전 당국은 물론 국민들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런 위험성 때문인지 이번 BESS 배터리는 지난 화재사고 때 주로 쓰였던 삼원계(NCM)가 아닌 리튬인산철(LFP) 방식으로 입찰이 이뤄질 것이라 한다. 아무래도 LFP가 무게가 더 나가고,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고정돼 있는 BESS에 적합하고, 화재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배터리 3사도 각기 장기 사용을 요건으로 하는 BESS에 LFP 제품 기술력을 넣을 기회로 보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설치·구축이 본격화되면 배터리 3사 중 누가 주사업자가 되든 또 한번 LFP 배터리 토종기술의 해외와 격차를 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엿볼 수는 있겠지만, 당국 평가기준에 따라 최종 수주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측된다.

침체에 빠진 우리나라 배터리업계가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BESS 채택을 통한 우수 기술력을 검증 받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BESS시장 공략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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