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위기와 지역 소멸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한국 사회가 사회구성원으로 온전히 ‘인정’하는 인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혈연 중심의 사회적 정서가 각종 제도에도 반영되어 국제결혼가정 자녀나 동포에 대해서는 제도적 포용이 비교적 관대한 반면, 외국인 가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향이 강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폭넓은 대상을 적극적으로 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이주배경을 지닌 아동·청소년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십여 년 동안 이들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이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 추세와 맞물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주로 국내에서 태어난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해외에서 태어나 성장한 후 한국에 입국한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의 비율이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등학생 연령대와 후기청소년층의 증가가 두드러져 새로운 정책적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구성의 변화를 반영하여 다문화정책 또한 진화해야 할 때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표적으로 초·중등학교 내 한국어 학급 설치 및 다문화정책학교 지정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주로 언어·문화적 적응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문화정책’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다문화정책은 단지 문화정책이 아니라 ‘사회통합정책’이라는 더 넓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주배경 학생들의 언어·문화적 적응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의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통합의 문제는 결국 시민권적 권리의 문제와 직결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시민권적 권리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특히 외국 국적의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의 체류자격 문제는 절실히 논의되어야 한다.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의 고등학교 입학은 법적으로 교육 기회가 보장되는 초·중등학교 입학과는 달리 학교장의 승인에 따른 특례 입학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입학이 거부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설령 고등학교에 진학했더라도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장기 체류자격을 얻기 어렵다.
이러한 제도적 제약은 이들에게 개인적 어려움을 안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가 이들을 미래의 인적 자원으로 포용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된다.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민정책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정착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이들에 대한 개인적 혜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선택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