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공원에도 박쥐 있다” 광견병 주사맞는 그녀의 경고

2024-10-17

기후의 역습

〈제1부〉 예전의 하늘과 땅과 바다가 아니다

2화. ‘선악의 동물’ 박쥐와 사랑에 빠지다

그녀는 박쥐와 사랑에 빠졌다. 27년째다. 거칠게 표현하면 박쥐에 미친 여인이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 박쥐 연구에 쏟아온 김선숙(56·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 박사 얘기다.

박쥐는 선악의 양면성을 가진 이중적 동물이다. 해충을 잡아먹고 꽃가루를 뿌려 생태계를 유지하는 면에선 선하다. 반면 ‘병원균 저장소’로 불릴 정도로 위험하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인수(人獸)공통 감염병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혐오와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김선숙은 이토록 무시무시한 박쥐에 왜 빠졌을까. 1998년 바람이 볼에 스치는 소리가 들릴 만큼 적막한 동굴. 서른 살 김선숙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구애’ 중이었다. 울퉁불퉁한 바닥을 꽤 지났을까. 고개를 들자 애타게 찾던 그들이 보였다. 검은 턱시도를 빼입은 듯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잠든 관박쥐 무리였다. 박쥐에 대한 첫인상을 그는 이렇게 묘사했다.

멋있었어요. 관박쥐 열댓 마리가 군락을 이뤄 동면하는 장면이 경이로웠습니다. 때로는 멋진 남성, 어떨 땐 어여쁜 아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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