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경영 불안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농민이 농업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농정 개혁이 필요하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농정 혁신 촉구 농민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농연 회원 500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국민의힘 정희용·박덕흠·이만희·김선교·이양수·임이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이원택·임호선·이병진·문금주·임미애·주철현·문대림·윤준병·진성준 의원, 진보당 전종덕 의원 등도 집회장을 찾았다.
한농연 회원들은 기후위기, 농촌소멸, 쌀값 하락 등으로 농업이 복합위기에 처했지만, 이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농정이 부족하다며 정치권에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최흥식 한농연 회장 등 임원 5명은 농정 개혁을 위한 결연한 투쟁 의지를 보이겠다며 삭발을 감행했다.
최 회장은 “국내 농업 생산기반이 붕괴할 위기에 처해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지원은 계속해서 줄고 있어 원통할 따름”이라며 “농가 소득·경영 안전망 마련, 무기질비료 지원 등 주요 농식품 정책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상승세를 보이지 않는 산지 쌀값에 대한 정상화 요구도 이어졌다. 홍영신 한농연 전남도연합회장은 “한농연이 올해 내내 정부에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 쌀값이 폭락했다”며 “정부는 쌀값(80㎏ 기준) 20만원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농연은 산지 쌀값 안정화를 염원하며 애드벌룬을 띄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농연이 포함된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소속 농민단체장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노만호 한국농촌지도자회중앙연합회장은 “농업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농정 혁신을 위해선 농업예산을 국가 전체 예산의 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한농연을 포함한 모든 농민단체가 힘을 합쳐 농업예산 확보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한농연은 결의문을 낭독하며 앞서 나온 이야기들을 종합한 10대 농정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요구사항에는 ▲무기질비료 가격보조사업 지속 ▲수입 중심 농산물 수급 정책 중단 ▲후계농업경영인육성자금 지원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이날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쌀값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 예상되자 쌀값과 관련해 집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 간 신경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어기구 농해수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통과시켜 농민 여러분이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희용 의원은 “양곡관리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농연은 모든 발언이 마무리된 후 국회의사당역 인근을 돌며 거리행진을 한 뒤 시위를 마무리했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