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 년 동안 공직과 민간에서 후회 없이 일한 저자는 2024년 은퇴를 맞아 그동안 직장에 얽매여 도전하지 못했던 꿈을 실현하기로 결심한다.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던 역사와 지리 과목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고대 한민족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라시아 대륙 곳곳을 따라가 보기로 한 것이다. 마침 시베리아 실크로드를 횡단할 자동차 여행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저자는 40년 동반자인 아내와 여행에 합류해 2024년 7~8월 두 달간 러시아부터 이스탄불까지 2만 2000km를 달리는 대장정에 나선다.
책 ‘유라시아 횡단, 22000km’는 그 여행의 기록이다. 3개 팀이 3대의 모하비 자동차를 타고 떠난 여행은 동해에서 출발해 러시아, 몽골, 중국, 키르키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조지아,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코스를 따른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를 따라 바이칼호로 간 후 남쪽으로 내려와 몽골을 지나 중국으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험하기로 소문난 고비, 타클라마칸, 키질쿰 사막은 물론 지구의 지붕으로 불리는 파미르 고원과 아나톨리아 고원 등 고산 지대도 넘어야 한다. 여행보다는 고행에 가까운 시간을 지나며 저자는 고대 동서 간의 문화와 종교의 통행로가 된 실크로드와 8세기 신라의 승려 혜초가 진리를 찾아 떠난 길을 직접 만난다. 일제강점기 해외 독립운동 무대였던 연해주와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시베리아 대평원에도 선다.
책은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라는 낯선 여행법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안내서이자 우리 민족의 삶을 되짚어보는 역사서이며 세계 각국의 문화를 직접 경험해 알려주는 문화예술서다. 무엇보다 은퇴 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지침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은퇴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들 하지만 실제 도전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은퇴 이후의 삶을 마음껏 즐기는 저자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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