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술과 응용] 우주식량(11) 화성에서 농사짓기(2): 붉은 흙의 비밀을 파헤치다<2/2>

2025-08-28

지난 호에서 우리는 수많은 천체 가운데 왜 ‘화성’이 현재 우주탐사에 있어 인류의 다음 목적지로 지목이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어 화성에 정착하여 생존하기 위해서는 농업이 필수이며, 농업의 시작이 곧 화성 토양을 이해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 과학자들은 화성 토양을 연구하기 위해 화성에서 궤도선과 로버를 이용한 현장 연구와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연구하는 3각 편대를 활용한다는 내용을 소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화성 토양 현장 연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로버를 이용한 토양 분석에 관해 소개하고자 한다.

로버(Rover)는 바퀴를 가지고 지상을 누비는 로봇 탐사선이다. 카메라로 관찰하고, 로봇 팔을 이용하여 토양 샘플을 채취한다. 이 로봇 팔이 조심스럽게 퍼 올린 한 줌의 화성 흙은 작은 시료로서 로버의 몸체 내부에 있는 최첨단 분석실로 옮겨져 본격적인 조사를 받게 된다. 이 분석의 주인공은 바로 ‘케민(CheMin)’과 ‘샘(SAM)’이라는 이름의 두 핵심 장비이다.

첫 번째 분석관은 화학·광물 분석 장비 케민이다. 케민의 임무는 토양의 ‘신원 조회’, 즉 이 흙이 ‘어떤 알갱이(광물)’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케민은 아주 얇은 X선 빔을 흙 시료에 발사하는 ‘X선 회절법’을 사용한다. 시료 안의 광물들은 저마다 고유한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 구조에 따라 X선이 독특한 각도로 튕겨져 나온다. 케민은 이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광물의 종류(장석, 휘석, 감람석 등)와 정확한 비율을 알아낸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화성 토양의 상당 부분이 지구의 하와이 화산 지대 토양과 매우 유사한 결정질 현무암 성분이라는 사실이 최초로 증명된 것이다. 이는 농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미네랄 골격이 화성 토양에 존재한다는, 희망적인 첫 신호탄이었다.

두 번째 분석관은 시료 분석 장비 샘이다. 샘의 방식은 더 과감하다. 마치 요리사가 재료의 숨은 맛을 알아내기 위해 직접 끓이고 태워보듯, 샘은 흙 시료를 작은 오븐에 넣고 최대 섭씨 1000도까지 가열한다. 이 과정에서 흙 입자에 결합되어 있거나 내부에 갇혀 있던 가스(수증기, 이산화탄소, 산소 등)가 방출된다. 샘은 이 가스들을 포집하여 질량을 측정하고 종류를 식별함으로써, “이 흙 속에 물이나 생명의 흔적(유기물)이 있는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답한다. 샘은 이 분석을 통해 흙 입자 하나하나에 소량의 물 분자(H₂O)가 달라붙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식물과 인간에게 유해한 ‘퍼클로레이트(Perchlorate)’라는 염소 화합물도 함께 발견했다.

두 분석관의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는 우리를 흥분시키는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뜨린다. 케민이 발견한 풍부한 미네랄과 샘이 찾아낸 물 분자는 화성이 단순한 먼지 더미가 아니라, 생명 활동의 잠재력을 품은 땅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샘이 동시에 발견한 독성 물질 퍼클로레이트는 화성 농업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거대한 장벽이자 숙제임이 명확해졌다. 결국 로버의 정밀 분석은 화성 토양이 ‘기회의 땅’인 동시에 ‘도전의 땅’이라는 양면적인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다.

이처럼 로버 속 작은 실험실은 우리에게 화성 토양의 상세한 성분표를 안겨주었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토양분석이 왜 단 한 번으로 끝나야만 했을까? 로버가 귀중한 정보를 찾아냈다면 반복해서 실험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중요한 실험일수록 여러 번 반복하여 교차 검증하는 것이 과학의 기본 원칙이다. 왜 화성 탐사선은 이 기본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분석 과정 자체가 샘플을 완전히 파괴하기 때문이다. 특히 분석관 샘의 방식은 재료를 고온으로 태워서 방출되는 가스를 분석하는 ‘열분해’ 방식을 사용한다. 한번 재가 되어버린 흙은 그 안에 어떤 비밀이 더 숨겨져 있더라도 다시 분석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마치 한번 요리한 재료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듯이, 한 번 분석한 시료는 다시는 원래의 흙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과학자들이 두려워하는 ‘교차 오염(Cross-contamination)’의 위험 때문이다. 이는 마치 한 번 사용한 커피 필터로 새 원두를 내리는 것과 같다. 만약 분석 용기를 재사용한다면, 이전에 분석했던 시료의 미세한 입자가 남아 다음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데이터의 순수성과 신뢰도를 치명적으로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과학 실험에서 데이터의 신뢰성은 생명과도 같기에, NASA는 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큐리오시티 로버의 샘 장비에 74개의 ‘일회용 샘플 컵’을 탑재했다. 하나의 컵은 오직 한 번의 분석에만 사용되고 폐기된다.

마지막으로, 이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탐험의 숙명적 선택이다. 수명이 정해진 로버에게 한곳에 머물며 완벽한 분석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보다, 미지의 땅을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 새로운 지역의 새로운 샘플을 분석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더 큰 가치를 지닌다. 한 지점에서 샘플을 여러 번 분석하는 데 귀중한 시간과 전력을 소모하는 것보다, 그 자원으로 더 다양한 지역의 지질학적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화성 전체를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로버의 한정된 수명과 동력을 고려한 치밀한 전략적 판단이다.

결국 현지 분석이 일회성인 이유는 ‘파괴적인 분석 방식’이라는 기술적 한계, ‘오염 방지’라는 과학적 원칙, 그리고 ‘탐사 효율 극대화’라는 전략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처럼 단 한 번의 기회로 얻어낸 귀중한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화성 토양의 희망과 난관을 동시에 확인했다. 영화 ‘마션’의 상상에서 시작된 화성 토양에 대한 여정은 하늘의 궤도선, 땅의 로버, 그리고 우연히 지구로 날아온 운석이라는 3각 편대의 추적을 거쳐, 마침내 로버 속 작은 실험실에 도착했다. 그 결과 우리가 받아 든 것은 화성 토양의 ‘상세 건강검진표’와 같았다. 검진표에는 농사에 필수적인 풍부한 미네랄과 소량의 수분이라는 희망적인 수치가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고 인체에도 유해한 ‘퍼클로레이트’라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라는 위험 신호도 함께 발견되었다. 결론적으로 화성의 흙은, 농부가 밭을 갈기엔 너무나 척박하지만 희망마저 버리기엔 너무나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땅임이 확인되었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얻어낸 이 소중한 데이터를 넘어, 인류는 이제 더 궁극적인 해답을 찾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화성 토양을 직접 지구로 가져오는 ‘화성 샘플 귀환(Mars Sample Return)’ 임무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화성에서는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미래에 지구로 보낼 토양과 암석 샘플을 특수 용기에 담아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다. 이 샘플들이 지구의 최첨단 실험실로 돌아오는 날, 인류는 화성에 대한 이해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샘플이 도착하기만을 넋 놓고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화성 토양의 ‘진단서’를 바탕으로, 지구의 실험실에서 먼저 ‘처방전’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붉고 척박한 흙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놀라운 ‘토양 개량’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과연 과학자들은 독을 빼고 영양을 더해, 죽음의 흙을 ‘살아 숨 쉬는 땅’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 위대한 연금술의 현장은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이영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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