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커케미칼코리아가 100년 역사 글로벌 화학 업체 바커의 핵심 연구개발(R&D) 거점으로 거듭난다. '좀비 화합물'로 불리는 PFAS(과불화화합물)를 대체할 소재 개발에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에 나섰다.
조달호 바커케미칼코리아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은 고부가 소재 판매가 이뤄지는 거점일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며 “특히 반도체용 고순도 폴리실리콘과 'PFAS 프리' 소재 같은 첨단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커는 경기도 판교에 전자재료용 실리콘기술연구소(COEE)를 두고 있다. 그룹 내 전자재료용 실리콘 소재들을 연구하는 곳이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PFAS 대체 소재 개발 프로젝트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PFAS는 내열·발수·절연 등 특성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소재다. 소비재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지만 생분해되지 않고 축적돼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 '좀비 화합물' 또는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조 대표는 “산업용과 소비재용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PFAS를 대체하기 위한 소재 개발에 나섰는데, COEE가 프로젝트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1914년 독일에서 설립된 바커케미칼은 전 세계 폴리머 시장 1위, 실리콘 2위, 반도체용 고순도 폴리실리콘 1위 기업이다. 그룹의 핵심 기술 연구소가 한국에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첨단 소재 개발을 주도해서다.
실제 전자재료용 실리콘 연구를 한국에서 추진, 굵직한 성과를 냈다. 세계 최초로 자외선(UV) 경화 방식 고투명 실리콘을 개발했으며, 미니·마이크로 LED용 돔 형태 봉지재도 만들었다. 전기차·반도체용 방열재 등 스페셜티 실리콘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분야에서도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폴리실리콘은 AI 서버, 데이터센터, 첨단 모바일 기기 등에 고집적 반도체 칩이 필수적이고 칩 생산에 사용되는 웨이퍼의 핵심 소재다. 바커는 반도체용 초고순도 폴리실리콘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 고부가 산업이 집약된 전략 시장으로 고객사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바커가 2030년까지 매출을 100억유로로 두 배 늘리는 목표를 설정한 만큼 스페셜티 제품 중심 기술 혁신을 통해 한국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바커케미칼의 사업 분야는 실리콘 외에도 폴리머가 또 한 축이다. 실리콘은 전자부품 등 산업 전반에, 폴리머는 건축용으로 주로 쓰인다. 한국에는 울산에 폴리머 공장, 진천에 실리콘 공장이 있다. 건축용 폴리머 파우더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의 경우 급성장하는 아시아 건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부지는 마련된 상태로 증설을 위한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