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일본 전역에서 성행했던 '러브호텔'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쇠락하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동부 사이타마현에 있는 한 러브호텔이 지난달 장의사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러브호텔은 주로 연인들이 개인적인 시간이나 프라이버시를 위해 사용하는 숙박업소로 198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에 힘입어 급성장해왔다. 특히 일본의 러브호텔은 익명성 보장과 단시간 대여 등 편의성 뿐 아니라 독특한 테마와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화려한 내부 장식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판타지 등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진 객실이 많으며 음악 시스템, 게임기, 대형 욕조 등 시설도 앞다퉈 갖췄다. 러브호텔의 확장에 힘입어 '2차 베이비붐' 시대로 불리는 1971~1974년에는 연간 출생아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이 러브호텔은 장의사로 바뀌면서 엄숙한 흰색으로 리모델링됐다. SCMP는 "우주선과 원더랜드를 주제로 한 장식이 유명했지만 이 곳은 이제 천국에 온 듯한 분위기가 감돈다"고 보도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일본의 한 네티즌은 "어떤 사람들은 같은 장소에서 삶을 시작하고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진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나는 예전에 러브호텔이었던 곳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싶지 않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일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본의 출산율은 201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4년 72만 98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고령화는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총무성은 지난해 9월 기준 일본의 노령 인구가 3625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특히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9.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2040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4.8%를 차지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한편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에 등록된 러브호텔 수는 2016년 5670개에서 2020년 5183개로 감소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