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캐즘이 기회…'배터리·섀시 일체형' 전기차 플랫폼 준비”

2024-10-28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현대차엔 새 플랫폼을 준비하고 라인업을 확대할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28일 일본 도쿄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주최로 열린 ‘제26회 세계경영자회의’에서다. 장 사장은 현대차의 미래 사업 전략과 글로벌 비전을 주제로 글로벌 전기차(EV) 전략, 수소,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에 대해 장 사장은 “2030년까지 21개 차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200만대를 판매하겠다”며 “900㎞ 이상의 주행거리와 사륜구동을 갖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2026년 말까지 EREV를 양산하고, 제너럴모터스(GM)·웨이모 등 글로벌 파트너십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현대차의 수소 밸류체인 브랜드인 ‘HTOW’를 활용해 글로벌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현대차는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수소 생태계를 연결하는 가치 사슬을 통해 수소 에너지 모빌라이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전담조직을 만들고 수소전기차·수소전기트럭을 출시한 데 이어, 발전·선박·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차량 이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포스트 E-GMP 플랫폼 준비…캐즘이 기회”

장 사장은 연설 후 특파원들과 만나 “(전기차 캐즘 덕분에) 오히려 시간을 벌었고 기회로 삼으려 한다”며 “하이브리드 등 현대차의 유연한 대응 체계로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뒤를 이을 새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새 플랫폼에선 배터리와 섀시를 일체형으로 전기차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는 미국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전기차 파운드리(위탁생산) 진출을 선언했는데, 이날 장 사장이 언급한 ‘새 전용 플랫폼 계획’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파운드리 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IPO)에 대해 장 사장은 “10년 뒤 차를 가장 많이 살 곳이 어딘지 볼 때 중국은 이미 꺾였고, 인도가 가장 유망하다고 판단했다”며 “인도 금융시장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인도법인 시총이 한국 현대차 시총의 약 절반이다. 현대차의 인도 사업 비중이 7%인데, 한국 시장이 너무 저평가 받았다는 의미”라며 “단순히 인도에서 돈을 조달하는 것보다, 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상장에서 현대차 인도법인은 기업가치 190억달러(약 26조3000억원)로 평가 받아, 현대차 한국 시총(28일 기준 47조4328억원)의 55%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 사장은 인도 투자 계획에 대해 “조달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조달한) 33억 달러(약 4조5000억원)가 들어오면 50억~60억 달러(약 7조~8조3200억원)를 더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장 사장은 “내년 상반기 일본 시장에 (소형차인) ‘캐스퍼 EV’를 출시하겠다”며 현대차의 일본 시장 점유율 확대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시장에 재진출한 지 3년 차인데, 일본인은 여전히 현대차에 대한 과거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며 “일본인이 원하는 품질 수준에 맞추면 결국 (판매량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차’라는 인식으로 동남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경기 용인에서 열린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만난 것에 대해선 “결국 좋은 차를 만들자는 것이고 차를 좋아하면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며 “고성능 기술 개선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 외교다. 한·일 관계 인식의 벽을 뛰어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의 세션 초반에 장 사장은 일본어로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두 회장의 만남을 설명하기도 했다.

장 사장은 수소 생태계 확대에 대한 자신감도 비쳤다. 그는 “미국에서 조지아 신공장 물류 등에 수소 트럭을 운용하며 데이터를 많이 쌓았다. 향후 사업장과 열병합 발전, 지역난방까지 (생태계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또 “전기차 시대가 이렇게 갑자기 올 줄 알았나겠느냐”며 “수소도 늦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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