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술과 응용] 우주식량의 필수기술 동결 건조

2024-10-17

붉게 보이는 태양계의 4번째 행성, 화성(Mars). 얇은 화성의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의 달과 같은 위성인 포보스(Phobos)와 데이모스(Deimos)가 화성을 주기적으로 돌고 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는 지구와 화성의 상대적 위치, 로켓의 성능, 궤적의 설계 등에 따라 현재 기술로 약 6~9개월이 걸린다. 최적의 궤도 경로는 호만(Hohmann) 전이 궤도다. 이 궤도는 두 원형 궤도 간에 최소 연료 소모로 이동하기 위한 경로로 1925년 독일의 과학자 발터 호만(Walter Hohmann)에 의해 제안되었다. 호만 전이 궤도는 두 번의 이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구를 출발한 우주선이 먼저 주차 궤도라 명명된 지구 저궤도에 오른 후, 다시 가속하여 목표 궤도인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구에서 화성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이것은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화성에 착륙하여 미션을 수행하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긴 시간 동안 우주선에 탑승한 지구인들은 어떻게 먹을 것, 즉 우주식량을 준비할 수 있을까?

우주식량은 기본적으로 장기 보관을 요구한다. 따라서 부패와 변질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보관과 섭취가 용이해야 한다. 또한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식량의 중량과 부피가 제한적이므로 식량을 경량화시키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요구사항들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과학자들의 다양한 노력들이 오랜기간 투입되어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이 중 대표적인 기술로 식량 보존과 경량화를 위한 동결 건조(freeze drying) 기술이 있다.

동결 건조 기술은 식품을 낮은 온도에서 급속히 얼린 후, 진공 상태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것으로, 고체 상태인 얼음을 기체 상태인 수증기로 직접 승화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식품의 물리적 구조와 영양 성분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식품 내부의 수분을 거의 제거할 수 있다. 동결 건조 기술의 세부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식품을 매우 낮은 온도로 급속히 냉동시켜 식품 내부의 수분을 고체화(얼음)시킨다. 급속 냉동은 식품의 세포 단위에서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시켜 식품의 질감과 영양 성분이 파괴되지 않게 한다. 다음으로 1차 건조를 진행한다. 냉동된 식품을 진공 상태에 두고 저온에서 서서히 가열시켜 얼음을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식품의 구조와 영양 성분은 유지되면서 식품 수분의 90% 정도가 제거된다. 마지막으로 2차 건조를 통해 식품에 남아 있는 수분함량을 1~4% 정도로 낮춤으로써 장기 보존성을 높인다.  

동결 건조된 식품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는 과정을 재수화(rehydration)라고 한다. 재수화 과정은 제거한 수분을 식품에 다시 공급하는 과정으로 보통 물을 적당량 부어 식품이 수분을 흡수하게 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재수화의 성공 여부는 식품의 종류, 물의 온도 및 양, 재수화를 위한 시간 조정 등에 의해 결정된다. 동결 건조 및 재수화의 예로 라면의 건더기 스프에 사용된 건조 채소를 들 수 있다.

동결 건조 기술의 한계와 단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공정 비용이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식품 보존 기술과 비교하여 공정상 냉동 및 진공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장비 비용과 에너지 소비가 높다. 두 번째로 처리를 위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동결 건조 공정은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특히 초기 냉동과 승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세 번째로 식품의 질감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수화 없이 소비하는 경우 동결 건조된 식품은 건조 상태이므로 바삭한 질감으로 변하게 된다. 네 번째로 재수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식품들은 재수화 이후에 원래의 식감과 맛을 잃어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양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과 진공 상태에 민감한 비타민이나 영양소는 동결 건조 과정에서 손실될 수 있다. 동결 건조 기술은 비록 모든 식품에 완전하게 적용될 수는 없지만 경량화, 부피 감소, 영양소와 맛 보존, 장기 보관 가능, 편리한 복원(재수화) 과정 등 우주식량이 요구하는 핵심 사항들을 모두 충족하는 기술임에는 틀림이 없다.

현재 AI를 기반으로 일어나고 있는 연쇄적인 기술 혁신과 NASA의 Artemis 프로그램 및 SpaceX의 화성 정착 계획 등의 실제적인 우주탐사 프로젝트들을 볼 때 지구에서 우주로의 생활권 이동은 자명한 미래로 보인다. 우주선용 로켓 기술의 발전이 계속해서 혁신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을 고려할 때 빛보다 빠른 우주선의 탄생은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주로 진출하는 지구인들에게 우주는 그냥 장기 여행이 아닌 아주 긴 장기 여행의 세계가 될 것이다. 따라서 동결 건조 기술과 같은 식품의 장기 보존을 보장해 주는 기술이 더욱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이것은 로켓 기술에 기반한 행성에서 행성 간의 이동에서뿐만 아니라 미래의 달 기지나 화성 기지와 같은 우주 거주지에서의 자급자족 수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핵심기술이다.

이영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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