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군에서 영관급 장교가 술자리 회식 뒤 위관급 여성 장교를 관사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과 관련해 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하지 않아 2차 가해가 벌어지는 등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와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생한 공군 17비행단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군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며 가해자를 면담 강요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피해자 A소위가 소속 부대에 피해 사실을 보고했으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바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가해자인 B대령이 “나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다. 26일에 이동하고 싶다”고 요청한 것을 군이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군은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을 폭로한 지난달 31일 B대령을 전대장에서 보직 해임했다.
B대령은 지난달 26일 부대로 출근해 당시 회식에 참석했던 다른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대장실로 들어오라“고 명령한 다음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했다. B대령은 부하들에게 “너희가 봤을 때 (피해자가) 많이 취했다고 생각했지?”라고 묻거나 “둘이서 술을 먹는 것은 이상하니, 다른 사람에게도 2차를 하러 오라고 의사를 물어보도록 지시했는데 피해자에게 연락받은 것이 있냐”라고 묻는 등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듯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B대령으로부터 전화와 면담 요청 등을 받은 간부들이 “살면서 전대장으로부터 전화 오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군 복무를 계속해야 하니까 다 대답을 했다”라고 진술한 내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전대장급 정도의 주요 지휘관과 관련한 비위가 발생했다면 참모총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사건을 뒤늦게 알았다면 성폭력 관련 보고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고, 알고도 뭉갠 것이라면 가해자의 2차 가해 등에 관해 17비행단장과 공군참모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B대령에 대해 면담 강요죄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담 강요죄는 자신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친족을 정당한 사유 없이 만나자고 강요할 경우 성립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높은 지위에 있는 지휘관일수록 본인의 성범죄를 권력으로 덮으려고 하는 정황이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군에서 원천 차단할 수 있을지 방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조속히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통해 가해자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군은 “공군본부 성고충예방대응센터는 가해자가 회식 참석자와 접촉한 정황을 지난달 31일 인지해 다음 날 보직해임을 권고했고, 절차를 거쳐 지난 2일 가해자를 보직해임 조치했다”며 “사건 접수 당일인 지난달 25일 관련 법규에 따라 인사 조처와 2차 피해 방지 고지 등이 이뤄졌음에도 가해자가 회식 참석자들과 접촉한 것을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