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정치 상황은 어떤 것 같습니까?”
최근 연말연시를 맞아 베이징에선 중국 정부 부처나 주요 기업 등이 주최하는 리셉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중국 측 취재원이나 외신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빠짐 없이 등장하는 질문이다. 곁에 있는 다른 한국 특파원을 쓱 바라보면 눈이 마주쳐 민망함을 느끼곤 한다.
당사자야 서먹함을 깨려는 상투적인 질문이겠지만 입을 열어야 하는 입장에선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며 어색한 웃음으로 시간을 번다. 상대방의 눈빛에서 간혹 ‘내가 보기엔 나라 꼴이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네 생각을 말해봐라’라는 뜻을 읽었다면 크나큰 오해일까. 물리적 충돌을 언급하며 ‘친구가 한국 여행을 간다는데 괜찮은 거냐’는 물음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주요 관광지를 추천하며 진땀을 뺐다.
지난달 비상계엄 선포 이후 최근 한달여 간 이어진 사건들은 중국 내에서도 큰 뉴스거리 중 하나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에선 검색어 상위권에 ‘윤석열 탄핵소추’,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등이 오르내리고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탄핵과 수사 관련 소식이 수만 개에 달하는 댓글과 게시물 공유를 끌어낸다. 관영 매체들도 이례적으로 서울 특파원을 통해 국회와 대통령 관저 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일부 매체들은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사랑 이야기를 섞어가며 자극적인 보도도 내놨다.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 체포를 위해 출동하고 이를 막으려는 경호처와 충돌하는 모습은 중국인들에겐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여겨졌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 있는 건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실이 더 실감 나기 때문 (관영 신화통신 계열 SNS)”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 드라마 속 인물들에겐 웃을 일이 아니다. 최근 만난 한 일본 매체 기자는 다음 달 일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언급했다. 이는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것인데 ‘대행의 대행’ 체제인 한국과의 대화에 중국이 응하겠냐는 것이다. 앞날을 알 수 없는 권력자에겐 힘이 없다.
한국은 혼란과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현금인출기(money machine)’라 부른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20일 돌아온다. 북한도 최근 중거리 급 탄도미사일을 동해 상으로 쏘아 올리며 우리의 대응 태세를 시험했다. 환율은 급등하고 주식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진다. 앞으로도 수개월 더 이어질 이 한국의 드라마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