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건설경기 살리기 총력…“수요 기반 없는 공급 확대, 장기 전략 병행 필요”

2025-08-14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발표한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은 비수도권 주택시장의 수요 부진, 미분양 누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공공사 지연 등 복합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제 완화, 금융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공사비 안정화 등 공급·금융·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대책이 한꺼번에 담겼다.

정책 기조는 단기 경기 부양과 현장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지역 수요 기반 부재와 양극화 심화를 구조적 한계로 지적한다. 장기적인 산업·인프라 전략이 병행돼야 정책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주요 대책은 ▲연내 26조원 이상 SOC 집행(추경 1조7000억 포함) ▲LH 준공후 미분양 매입 0.8만호(상한가 90%) ▲브릿지론 ‘개발앵커리츠’ 8000억원 도입 ▲본PF 특별보증 2조원 신설 ▲개발부담금 감면(비수도권 100%·수도권 50%) 등이다. 건설투자는 5분기 연속 감소했고, GDP 대비 비중도 2017년 15.7%에서 2024년 13.9%로 하락해 지방발 경기 하방을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효성을 위해서는 지역 수요 기반 확충과 장기 산업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공급·세제 완화, 인프라 과제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지방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 완화와 미분양 매입 확대다. 정부는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또는 관심지역 주택을 추가 매입할 경우 양도세·종부세·재산세·취득세를 완화한다.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 기한은 2026년까지 연장되고, 취득세 중과 배제와 최대 50% 감면이 1년 한시 적용된다.

공공 매입도 늘린다. LH 미분양 매입은 0.3만호에서 0.8만호로 확대되고, 매입상한가는 감정가의 90%까지 상향된다. 준공 전 미분양은 HUG가 분양가 50% 수준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건설사에 환매권을 부여해 현금 흐름을 지원한다(총 2.4조원, 1만호 규모). 또 CR-리츠를 통한 미분양 매입 시 법인 양도소득 추가과세를 배제해 기관·리츠 매입을 유도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수석위원은 “LH의 미분양 매입 확대와 안심환매는 즉각적인 공급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지방 건설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수요보다는 공급자 중심 성격이 강하다”며 “교육·의료 등 생활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지 않으면 공급이 순환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세제 특례로 실수요·투자수요의 진입 장벽은 낮아질 수 있지만, 인프라와 산업·고용 기반이 부족한 지역은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교통망과 산업단지 개발을 연계한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PF 유동성 지원, 부작용 우려

정부는 건설사 자금난 해소를 위해 PF 시장 안정화에 역대 최대 수준의 유동성 지원책을 내놨다. 브릿지론 단계에서 공공이 선투자하는 ‘개발앵커리츠’(8000억원)를 도입해 초기 자금을 공급하고, 본PF 보증 사각지대에 있던 중소건설사에는 2조원 규모의 특별보증을 신설한다. 부실 사업장은 공매가격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해 매각을 촉진하며, 개발부담금 감면 범위는 2025~2026년 신규 사업까지 확대된다(비수도권 100%, 수도권 50% 감면).

정부가 PF 지원을 강화한 배경에는 금리 고착화와 분양 부진으로 인한 ‘이중 압박’이 있다. 2025년 3월 기준 PF 대출잔액은 120.1조원, 총 노출액은 190.8조원에 달하며, 지방·비주택·2금융·중소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브릿지론 단계에서 본PF 전환이 지연되며 이자 부담이 누적되는 현장이 늘어나, 일부 중견·중소 건설사는 자금 경색으로 공사 중단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융 지원이 ‘구조 개선 없는 단기 유동성 주입’에 그칠 경우, 시장 왜곡과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세제 완화와 공공 매입 확대는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효과적이지만, 사업성 검증 없이 무리하게 자금을 공급하면 과잉 공급과 부실사업 연명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무분별한 공공 매입과 보증이 수년간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온 전례가 있다.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브릿지론 단계 지원이 강조되지만, 선별성과 검증 절차가 담보되지 않으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SOC 확대, 성과 관리 필요

이번 방안은 SOC 투자 확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정부는 추경분 1조7000억원을 포함해 연내 26조원 이상을 집행하고, 평택~오송 복선화, 호남고속철도, 도시철도 노후시설 개선 등 굵직한 인프라 사업의 발주·시공 일정을 앞당긴다. LH와 도로공사 등 공공기관도 2026년 예정 사업 물량을 조기 집행한다. 민자사업 범위는 AI 인프라, 노후시설 개량 등으로 확장하고, 첨단 국가산업단지 15곳의 조기 착공을 지원하며, 개발제한구역(GB) 해제 절차도 간소화한다.

SOC 투자는 지역 고용 창출과 생활 편의 향상에 직접 연결된다. 평택~오송 복선화는 수도권·충청권 산업벨트 연계, 호남고속철도는 호남권 접근성 강화, 도시철도 노후시설 개선은 대도시권 내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 제고가 기대된다. 또 예타 기준금액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SOC 투자가 단기 경기 부양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집행률·고용창출 효과·이동시간 단축 등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지역 산업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SOC 예산 집행률과 PF 시장 상황에 따라 실효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지역 내 일자리와 생활 편의 향상으로 이어져야 주택 수요 전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지방 건설시장 회복과 미분양 해소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인구 감소·산업 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수요 유입 지역의 생활·교통 인프라 확충, PF 지원 시 철저한 사업성 검증, 공공매입·SOC 집행의 성과 모니터링, 수도권 공급난 해소를 위한 별도 청사진이 후속 과제로 꼽힌다.

결국 이번 대책이 ‘단순 경기부양’에 그칠지, 아니면 지방 건설산업 체질 개선과 균형발전으로 이어질지는 실행 속도와 후속 정책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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