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국내프로야구(KBO) 리그 LG트윈스 경기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주인공 탄지로와 네즈코가 시구자로 나서려다 팬들의 항의로 교체되는 일이 발생했다. 광복절을 불과 며칠 앞두고 '우익 애니 논란'의 주인공들을 불러들이는 것에 대해 "굳이 꼭 그랬어야 했느냐"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7일 LG트윈스는 오는 8일부터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되는 한화이글스와의 주말 홈 3연전에 앞서 승리기원 시구자들을 소개했다. 8일 저녁에는 넥슨의 대표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인기 캐릭터 '다오'가 시구를, '배찌'가 시타를 맡는다. 10일에는 가수 전소미가 시구자로 나선다. 전소미는 앞서 두 차례 LG트윈스 경기에 시구를 맡는 등 LG 팬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토요일(9일) 열리는 경기다. LG트윈스는 이날 오전만 해도 MZ세대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주인공 탄지로와 네즈코가 시구·시타자로 나선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귀멸의 칼날' 시리즈는 주인공 탄지로가 동생 네즈코와 함께 귀살대에 합류해 도깨비(오니)들의 수장 키부츠지 무잔을 처단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달성하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 5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신드롬급 인기다.

최신 극장판 '무한성편' 역시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지금까지 약 1억 2000달러에 육박하는 흥행수익을 얻고 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2주 전부터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지로 등이 애니메이션 개봉 홍보차 잠실 마운드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다만 타이밍이 매우 좋지 않았다. 8월 15일 광복절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옳지 못한 캐스팅"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귀멸의 칼날은 애니메이션 방영 초기부터 '우익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주인공 탄지로가 착용한 귀걸이 문양이 욱일기와 유사하다던지, 작품의 배경이 일본 제국 팽창기 다이쇼 시대라는 점을 들어 제국주의 미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다만 작품 자체는 전체주의 찬양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가족애, 인류애를 강조하는 내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탄지로의 시구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광복절 앞두고 뭐하는 짓이냐", "그냥 일본 애니도 아니고 우익 애니라니 비호감", "저 캐릭터들 기모노 입고 나오지 않나?", "크보(KBO) 미쳤다, 하다하다 극우애니 캐릭터까지 마운드에 올리네"라며 비판이 줄을 이었다.
결국 이날 오후 LG스포츠홍보팀은 정정 보도자료를 내 "9일 시구자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수정된 내용에는 별도의 시구자를 안내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