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정다윤 인터넷기자] 물놀이를 할 때는 누구보다 신나고, 코트 위에선 누구보다 단단하다. 용인 삼성생명의 강유림(28, 175cm)이 FA 시장에서 첫 계약이라는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4년간 총액 2억 500만 원. 금액보다 더 묵직한 건 강유림이 쌓아온 시간이다. 데뷔 이후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은 150경기 연속 출전. 그리고 이제 나보다 ‘우리’를 말하는 선수가 됐다. “이제는 함께 우승하는 농구가 더 간절해졌어요.” 첫 FA의 고민부터 내구력의 비결, 그리고 점점 단단해지는 우승에 대한 마음까지. 금강불괴 강유림의 진심을 들여다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5월 12일에 진행됐습니다.

휴가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못 봤던 지인도 만나고,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면서 지내고 있어요. 세부, 강원도에도 다녀오고, 가족끼리는 군산에 다녀왔어요. 캐녀닝도 하고, 고래상어랑 바다거북이도 봤어요. 동남아 여행은 처음인데, 제가 물놀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원없이 하고 온 것 같아요.
계약기간 4년에 연봉 총액 2억 500만 원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첫 FA 과정은 어땠나요?
힘들다기보다는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 같아요. 마음도 좋지만은 않고, 계속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보니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죠(웃음).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계약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제 진짜 휴가다’ 싶더라고요.
고민 끝에 ‘선수단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셨죠. 삼성생명은 어떤 팀인가요?
서로 배려를 많이 해주고, 이기적인 사람이 없어요.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게 가식이 아니라 진심인 게 느껴지거든요. 운동이나 생활에서도 말하는 것에서 느껴져요. 제가 처음 삼성생명에 왔을 때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주연이나 애들이 먼저 다가와 줬을 때 너무 고마웠어요. 그런데 아직도 애들이 그러고 있어서, 저한텐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부분이 참 큰 것 같아요.
우승 후보라는 평가 속에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밖에서는 우승 후보라고 많이 얘기하셨는데, 저희끼리는 오히려 타 팀들이 그런 말을 듣는 게 더 맞지 않나 싶었어요. 그런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저희도 강한 선수들이 많았기도 했고요. 우승 후보라고 하는 게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성적은 좀 아쉬웠어요.
개인적으로 후반기 슈팅 감각이 정말 좋았는데, 그래도 아쉬움이 남았을까요?
시즌 초반에 좀 버벅거리고 위축된 것 같아요. 중·후반부터는 올라오긴 했는데, ‘초반부터 그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사실 연습할 땐 항상 잘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경기장에서만 안 들어가니까 미치겠는 거예요. 그러다 나중엔 그냥 해탈했어요. 언젠가는 들어가겠거니 했더니, 마음 놓고 하니까 더 잘된 것 같아요.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깊어 보입니다.
지난 시즌 끝나고 우승에 대해 깊게 생각했어요. ‘정말 대단한 거구나, 쉽게 오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은퇴 전에 꼭 한 번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어요. 개인적인 상보다 이제는 우승이 목표예요. 제발 한 번만이라도(웃음). 프로 5년 차가 되니까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예전엔 ‘내가 잘하면 됐지’였다면, 이제는 ‘같이 우승하는 게 진짜 의미 있는 거구나’라고 느껴요. 혼자보다 팀으로 함께하는 게 더 간절해졌어요.
데뷔 이후 150경기 연속 출전 중인데, 기록에 대한 욕심이 있을까요?
큰 부상이 없었던 게 가장 다행인 것 같아요. 잔 부상은 금방 회복하는 편이고요. 원래는 연속 경기를 신경 안 썼는데, 주위에서 얘기를 듣다 보니 점점 신경 쓰이게 됐어요(웃음). 90경기까지는 ‘그래도 나 계속 뛰고 있네’였지만, 150경기까지 늘어나니까 깨기 싫다고 해야하나? 숫자가 커질수록 더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해요.
서울 삼성의 이정현 선수처럼 ‘금강불괴’라는 말도 들을 법합니다.
특별한 몸 관리는 없지만, 휴일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요. 잠을 충분히 자고, 에너지를 저축했다가 농구 코트 위에서 다 쏟는 편인 것 같아요.
FA도 끝났는데, 어버이날에 가족과 특별한 시간 보내셨나요?
시간은 같이 못 보냈지만, 소정의 용돈을 드렸습니다. 앞으로 늘려가야죠(웃음). 부모님은 늘 숫자보다 먼저 물어보세요. 엄마가 “잘한 거지?”라고요.
아버지 권유로 시작한 농구였는데, 처음에 거부감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재밌어서 따라다녔어요. 근데 운동하러 전학을 가야 되잖아요. 저는 이게 너무 싫었어요. 정말 싫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울고불고 난리 쳤었죠. 낯선 데 가기 싫으니까... 그래도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가서 또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대학을 거쳐, 프로로 왔습니다. 광주대학교 강유림은 어땠나요?
선수로서는 시키는 건 군말 없이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학생으로서는 학부 활동은 거의 못 했고요. 제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먼저 다가가진 못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친구들이랑 더 재밌게 지낼 걸 아쉬워요. 축제도 운동하느라 거의 못 즐겼어요.
프로 직행 대신, 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프로로 가는 건 사회로 나가버리는 거잖아요. 그땐 그게 너무 어렵고 막막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에서 더 준비하고 싶었어요. 어느 정도 지금 잘됐으니까, 그 선택이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학생 선수로서 고충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선수들도 모두 공감할 텐데, 운동과 공부 둘 다 열심히 하기 쉽지 않아요. 솔직히 수업 들어가면 졸기도 했죠. 아침 운동하고 수업 들어가면 너무 피곤하단 말이죠. ‘나 공부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졸고 있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대학 수업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면요?
테니스랑 배드민턴, 축구, 뉴 스포츠 등 다른 종목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축구는 못했어요. 평가 중 리프팅 10개 차는 걸 성공하고 싶어서, 수업 끝나고도 혼자 연습하고 그랬거든요. 결국 두세 개밖에 못 했어요. 축구 경기도 가끔 나가서 하는데, 팀 뽑기를 하면 저는 항상 마지막에 남아요(웃음). 발로 하는 건 약한 것 같아요.
반면에 손으로 하는 건 강합니다. 대학에선 골밑, 프로에선 외곽. 포지션 변화는 어땠나요?
프로에 오면 외곽을 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번에 바뀌는 게 쉽진 않았어요. 애매한 상황에서 ‘뭘 해야 될까?’ 생각했죠. 슛 확률이 나쁘지 않아서, 빠르게 던지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내 무기로 만들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스타일이 달라진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나은행에서는 가만히 슛만 쏘면 돼서 크게 어려운 건 없었어요. 맨날 코너에만 있으면 되거든요(웃음). 공격 전환되면 무조건 코너. 그런데 삼성생명으로 올 땐 스몰 포워드를 해야 되니까 정말 멘붕이었죠. 다른 선수들 중에서는 특히 강이슬 언니(KB스타즈)의 플레이 스타일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최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시구하셨는데, 생애 첫 마운드는 어땠나요?
시구는 망했다고 봤죠. 너무 떨렸고, 연습한 대로 하나도 못했어요. 삼성 라이온즈 이호성 선수가 알려주면서 잘한다고 이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못했어요. 손가락 3개로 잡아야 되는데 습관처럼 5개로 그냥 잡아버렸어요. 이걸 던지는 도중에 5개에서 3개로 바꿔버린 거예요. 그래서 망했죠(웃음).
야구의 꽃, 응원가도 빠질 수 없는데요.
원래부터 팬은 아니어서 응원가는 잘 몰랐어요. 야구를 제대로 본 게 처음이었는데, 재밌게 봐서 삼성을 응원하게 됐죠. 삼성은 워낙 응원가도 유명하잖아요. 선수들 다 좋지만, 특히 김영웅 선수의 응원가가 가장 중독성 있는 것 같아요.
농구선수의 눈으로 본 야구는 어떤가요?
야구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심리 싸움이 크다고 느낀 것 같아요. 투수와 타자 간의 심리 싸움이 크구나 싶었죠. 농구도 사실 비슷한데, 사람을 속여야 되니까. 그런 부분은 비슷한 것 같네요.
야구는 많은 룰이 있는데,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야구에 대해 아예 몰랐죠. 여기 치료실에 선생님들이 항상 야구 틀어놓거든요. 그래서 모르는 게 있으면 치료받으면서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중에서 ‘파울’이 어려웠어요. 투 스트라이크 때는 무제한인가?(웃음) 파울 개수는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ISFP인 코트 밖 강유림은 집순이가 맞나요?
네. ISFP 특징들은 다 맞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할 때 누워만 있거든요. 약속 잡는 것도 누가 언제? 이러면 ‘나중에 한번 먹지 뭐’라고 넘기기도 해요(웃음). 어디 놀러 가면 무조건 따라가는 편이고, 제가 주도해서 가는 건 좀 힘들어하는 편이에요. 나갈 땐 귀찮고,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막상 가면 신나게 놀죠.
내향형(I)이지만, 구단 유튜브 대주주를 맡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블밍티비(구단 유튜브)의 존재를 몰랐고, 찍으러 와도 친하지 않아서 편하게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친해졌고, 편해졌죠. 어쨌든 팬이 있어야 저희도 유지되고 주목받는 거잖아요.
팬 서비스의 일종인 미디어에 대한 생각이 깊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경기 전에는 예민하고, 루틴도 해야 되니까 미디어가 사실 귀찮거나 거슬릴 순 있죠. 하지만 팬들이 좋아하고 우리를 많이 봐주시니까 그런 거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찍으면 ‘찍는구나’ 했지만, 이제는 뭐든 넓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쁜 미소 뒤에 치아 교정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시작하셨나요?
프로 오고 거의 바로 했죠. 코로나 시즌, 리그 조기 종료된 그때요. 첫 월급으로 했어요. 당시 제가 하나은행이어서 청라에서 했거든요. 가까워서 왔다 갔다 했는데, 여기로 오게 된 거예요. 청라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 넘게 걸리거든요. 그래서 교정 기간이 늦게 끝났어요. 옮기려 했는데, 비용이 100만 원 넘게 추가되고, 이전에 이력들을 모르니까 거의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대중교통으로 갔다 오면 하루가 끝나요. 진짜 최악이었죠.
여자 선수들은 경기 날, 가벼운 메이크업에 신경을 쓰나요?
립은 발라요. 저는 색이 들어가 있는 립밤을 바르는데, 어차피 다 없어지더라고요(웃음). 저도 한창 선크림 바를 때도 있었지만, ‘다 부질없다’ 생각이 들어서 이젠 안 바르죠. 이전에 누가 제 입술색 보고 아파 보인다고 색칠 좀 하라고... 그래서 립 정도만 바르는 것 같아요. 대부분 선수들 입술은 무조건 다 바르는 데, 선크림은 조명도 그렇고 피부 보호하기 위해서 신경 써서 바르는 선수들도 많은 것 같아요.
오늘의 사복 스타일, 살짝 소개해 주신다면요?
잘 입지 못하고, 그나마 옷장에 있는 것 중 제일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 입고 왔어요. 그냥 입었을 때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은 걸로... 심플한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한때 힙해지고 싶어서 찾아봤거든요. 근데 제가 입었을 때 힙해지지 않아요. 저랑 안 어울리는 것 같고 그런 감성이 안 사는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도 부탁드립니다.
팬들에게 하고 싶어요. 제가 농구를 잘하면 좋다고 하시지만, 잘하나 못하나 언제나 굳건하게 묵묵히 저를 항상 응원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성적에 따른 게 아닌, 제가 뛰고 있는 모습, 열정적으로 농구하는 걸 좋아해 주시는 데, 말할 기회가 없었어요. 너무 감사하죠.

#사진_유용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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