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기 전부터 미국 시장 개척
북미 등 코스트코 700여개 매장에 유통
'미국 올리브영' 얼타·세포라 입점 준비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와 가격 관리 중요성 강조

"뷰티 유통에서 1인자가 되고 싶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다연 모스트 대표는 뷰티가 아닌 다른 제품군으로의 확장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명료한 어조에서 그녀가 K뷰티에 가진 열정과 애착을 엿볼 수 있었다. "K뷰티를 북미 시장에 제일 잘 입점시키고 운영하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는 그녀의 말에서 K뷰티의 부흥에 사활을 걸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K뷰티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K뷰티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4조5420억원)를 넘어섰다. 올 1~2월에도 수출액은 1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
특히 K뷰티의 성장에 미국 시장의 역할은 컸다.
국가별 수출액 규모를 살펴보면 중국(2억6000만달러), 미국(2억2000만달러), 일본(1억5000만달러), 유럽(1억2000만달러) 순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비약적 성장이 K뷰티의 부흥을 이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 시장의 중심에 정 대표의 모스트가 서있다.
모스트는 맥쿼리은행과 애플, 아마존 코리아 등에서 근무한 정 대표가 2018년 창업한 화장품 수출 전문기업이다. 코스알엑스, 바이오던스 등 30여개 K-뷰티 인디 브랜드를 미국, 캐나다, 멕시코, 대만, 영국 등 전 세계 코스트코 700여개 매장에 유통하고 있다.
모스트는 K뷰티의 부흥이 일기 전의 척박한 땅에서부터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시도했다.
정 대표는 "K뷰티 붐이 있기 전부터 한국 화장품의 가능성을 알아봤고 전 세계 뷰티 시장을 이끄는 미국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 북미 시장에 포커스를 둔 회사 모스트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운영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스트가 K뷰티 업체와 미국 시장의 중간 유통업체로서 입지를 굳힌 데에는 코스트코라는 틈새시장을 활용한 게 주요한 역할을 했다.
정 대표는 특별히 코스트코 유통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세포라나 얼타 같은 뷰티 전문 유통 채널들은 다양한 제품을 오래 가져가기 때문에 하나의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고민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이다. 새 브랜들을 입점하면 본인들의 자금이 들어가고 다양한 뷰티 브랜드랑 경쟁을 해야 하기에 (입점) 경쟁이 심한 부분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코스트코에 들어가는 게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코스트코는 이벤트성 위주의 채널이다 보니 하나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1년~2년씩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K뷰티에 대한 부흥이 있기 전에는 코스트코라는 채널 입점이 더 유용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똑같은 리소스(재원)를 투여했을 때 코스트코는 대량 구매를 하는 조직이다 보니 사업적인 면에서 조금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스트는 코스트코에 제품을 유통하기 전 현지화 패키징 작업을 거쳐 국내 제품들이 미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 대표는 "코스트코 전용 디자인 케이스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품을 넣어서 조립해 코스트코 매장에서 바로 판매가 가능한 형식으로 재가공해 납품을 한다"며 "지나가면서 쓱 보는 3초 안에 시선을 끌 수 있는 디자인을 브랜드랑 함께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모스트는 해외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특히 주력인 미국 시장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한국 뷰티 브랜드들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으로 따지면 올리브영과 같은 마케팅 채널에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마케팅을 함께 하는 전략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판이 커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해는 미국 얼타라는 채널에 3개의 브랜드를 입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여름에 3개의 브랜드가 얼타 매장에 런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최근 모스트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패션 기업인 폰드그룹이 지난 8월 모스트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는데, 이는 더 큰 성장을 위한 준비였다.
모스트는 이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바로 미국 법인 설립을 통해 K뷰티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파하겠다는 꿈이다. 미국 법인의 명칭은 '모스트 USA'다. 미국에서는 '머스캣(Muskat)'이라는 브랜드명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오는 6월 미국 LA에서 현지에 '머스캣'을 소개하는 팝업을 연다. 이를 통해 세포라·얼타 등 미국 메이저 뷰티 유통채널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의도다. 이 팝업에는 유튜버 이사배를 비롯해 딘토·엔트로피메이크업·투슬래시포 등 10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끝으로 정 대표는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K뷰티 업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최전선에서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는 장본인인 만큼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으로 가득했다.
정 대표는 "오래된 브랜드가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오래 가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스토리'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브랜드 스토리가 무엇인지', '창업자의 스토리는 무엇인지'를 궁금해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창업자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어떤 스토리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며 "미국 시장을 가기 전에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굉장히 탄탄히 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가격 관리·감독(Price control)이 중요한 것 같다"며 "여전히 많은 브랜드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들이 얼마에 판매하고 있는지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리셀러와의 계약 단계에서 최저 판매 가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많은 브랜드가 홀세일(도매) 이후 소비자 판매 가격을 관리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브랜드 가치가 훼손돼 세포라·얼타와 같은 프리미엄 유통 채널에 입점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