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배구조 개선나선 금감원 "차기 CEO 후보 육성 프로그램 미흡"

2025-05-27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2023년 말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 및 감독기준 등을 담은 모범관행을 발표한 가운데, 은행권이 대체적으로 당국의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차기 CEO 후보군 육성프로그램을 비롯 이사회의 정합성·독립성 부문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모범관행 원칙과 최근 국제기준 내용 등을 고려해 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오전 본원 브리핑실에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선진화와 관련한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금감원은 은행지주·은행 등 은행권의 건전한 지배구조가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인식에 따라, 국내외 모범사례를 참고해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추진해왔다. 최종 마련된 모범관행은 △CEO 선임・경영승계절차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이사회・사외이사 평가체계 △사외이사 지원조직・체계 등 4개 테마 아래 30개의 원칙을 담고 있다.

발표를 맡은 김병칠 은행·중소금융 부원장은 그간의 성과에 대해 "원칙중심의 모범관행을 통해 은행권이 각사별 규모, 경영전략, 리스크 프로파일 등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수립·추진하는 등 은행권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며 "감독당국·이사회 간 정례 간담회를 통해 주요 현안을 적시에 논의함으로써, 감독방향과 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유도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표사례로는 차기 CEO 경영승계절차 개시시점 연장이 꼽힌다. 재임 회장의 장기집권을 뜻하는 이른바 '셀프연임'을 의식해 당국은 CEO 선임 평가 및 검증기간을 기존 현(現) CEO의 임기만료 '평균 50일 전'에서 '최소 3개월 전' 개시하도록 개편했다.

이에 iM금융그룹은 6개월, 우리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은 각각 4개월 전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했다. 경영승계 과정을 단계별로 구성해 기간을 정한 곳도 있었는데, KB지주는 쇼트리스트에서 최종 선정까지의 소요기간을 최소 1개월로 규정했고, 하나·BNK지주는 각 단계별 소요기간을 최소 2주 이상으로 개편했다.

다만 김 부원장은 "CEO 경영승계,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등 일부 핵심원칙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CEO 경영승계의 경우 후보군 조기 발굴·육성·평가 프로그램이 미흡하고, 최종 선정절차와의 연계성도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제고에 대해서는 기존 사외이사 임기정책·금융환경 변화 등과 연동해 중장기적 목표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금감원은 모범관행 원칙과 최근 국제기준 내용 등을 고려해 5개 보완·확대 항목을 선정하고, 좀 더 가시화된 지배구조 선진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 조기 가동 △CEO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절차 강화 △CEO·이사 평가시 외부기관 활용 확대 △모범관행에 디지털 거버넌스 반영 △소위원회·개별이사 소통방안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당국은 은행권에 포괄적 경영승계 프로그램(후보군 발굴·육성·평가·선정)을 조기 가동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각사가 중장기적 목표·전략에 부합하는 후보군을 조기에 발굴·육성·검증·평가하고, 승계절차의 객관성·공정성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 같은 모범관행을 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씨티그룹은 갑작스러운 CEO 교체에도 큰 혼란 없이 위기를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0년 9월, 당시 씨티그룹 CEO였던 마이클 콜뱃(Michael Corbat)은 갑작스럽게 2021년 2월 중 사임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이는 당시 대형 금융사고 및 재무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였다.

갑작스러운 CEO 사임에도 불구, 씨티은행은 후임 CEO의 구원 등판에 힘입어 위기를 잘 극복했다. 금융사고 발생 전인 지난 2019년 차기 유력 CEO 후보자를 선정하고, 고위경영진 인사이동 내용을 주주들에게 사전 공지한 덕분이다. 이에 금감원은 씨티은행 사례를 비롯 해외 주요 금융기관의 대표사례를 참고해 모범규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CEO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절차도 강화한다. CEO와 동일 이사진 간 장기간 임기 공유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늘 제기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현직 회장의 장기 연임 시 주주에 의한 선임 절차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또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CEO 장기 연임의 적정성에 대한 주주의 실질적 평가와 통제 절차 필요성을 금융권과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우리금융지주, 포스코 홀딩스, KT 등이 대표이사 3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상향하고 있다.

이와 함께 CEO·이사 후보군 등의 전문성 및 성과를 평가할 때 공정성·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외부기관 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이사회와의 소통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김 부원장은 "(현 CEO의) 재임기간 동안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는 보다 객관성을 갖출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조금 더 객관화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하고, 평가방식도 자체평가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관대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평가를 조금 더 활용을 한다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주·은행들과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서 가이드라인에 반영 수위라든지 시점을 정해야 하는데,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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