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통치 지역선 제대로 집계 안 돼
WHO 등 국제사회 긴급 지원 촉구
USAID 폐쇄 추진 美, 소극대응 도마
미얀마 중부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 여파로 사망자가 지진 발생 사흘째에 2000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가 긴급지원을 촉구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그동안 국제적 재난에 앞장서서 지원해왔던 미국의 소극적 대응 속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인 72시간마저 넘기고 말았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 정권이 밝힌 이날 기준 사망자는 2028명, 부상자는 3408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 발표한 사망자에서 400여명 늘어난 것이지만 사망자 증가 추세가 느려졌다고 보기 힘들다. 인구 170만명의 제2 도시 만달레이를 포함한 지진 발생 지역의 붕괴된 건물에서 시신이 계속 발견되고 있으며 여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 인프라가 열악한데다 군사정부가 언론통제까지 하고 있고, 반군이 통치하는 지역의 피해는 집계도 안돼 사망자는 발표된 숫자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인 강진 발생 72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구조 작업은 숨가쁘게 진행됐다. 미얀마의 경우 내전으로 인해 이미 사회 시스템이 훼손된 터라 장비와 의료품, 병원 시설이 매우 부족해 구조에 난항이 이어졌다. 중국 구조대가 31일 새벽 65시간 넘게 아파트 잔해에 깔려 있던 임신부를 무사히 구조하는 등 희망적 소식도 전해졌지만 구조에 실패하거나 구조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더 많이 발생했다.

지진 여파로 건설 중이던 33층 빌딩이 붕괴되며 18명이 사망하고 78명이 실종된 태국에서도 구조작업이 진행됐다.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성명을 통해 72시간 내 대응을 강조하면서 인도적 지원이 급히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끝내 골든타임의 마지노선인 현지시간 31일 낮 12시50분이 지나고 말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십자연맹(IFRC) 등 국제기구들은 여전히 긴급 지원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중이다. 유엔 산하 WHO는 미얀마 지진을 최고 등급인 3등급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800만달러(약 117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IFRC도 미얀마 강진 피해를 돕기 위해 1억 스위스프랑(약 1669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연이은 촉구에도 국제사회의 지원 열기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 인도 등 인접국들과 러시아 등이 구조대와 구호물품을 보내는 등 나서고 있지만, 정작 그동안 국제적 재난에 대한 대응에서 앞장서온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폐쇄 추진 여파 속 소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USAID의 미얀마 지진 대응팀이 2일까지도 현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기도 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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