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비중증·비급여 보장 범위를 대폭 줄인 '5세대 실손보험'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보험금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1, 2세대 가입자들의 '갈아타기'가 성공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강제로 이들의 계약을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가입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5세대 실손보험 개편안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기존 방안과 큰 차이는 없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개편안의 핵심은 비중증, 비급여 치료의 자기부담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이른바 '의료 쇼핑'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의료비용을 전반적으로 낮추고,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에 더 많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5세대 실손은 급여 진료에서 중증과 비중증 환자를 구분하고 비중증 환자의 외래진료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과 연동한다. 현재 비중증 환자가 권역 응급의료센터 응급실을 외래로 이용 시 건보 본인부담률은 90%다. 비급여 특약 역시 중증·비중증을 구분하고 비중증 의료비의 보장 한도를 1000만 원으로 대폭 낮춘다.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비율은 30%에서 50%로 늘어난다.
이는 과잉진료로 인한 비급여 실손보험금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실손보험의 적자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현대해상·삼성화재·D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은 매년 실손보험으로 2조 원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일부 가입자가 과하게 많은 보험금을 받으면 손해율이 오르면서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하고, 이는 병원을 찾지 않는 가입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개편안의 성패는 기존 1, 2세대 가입자들의 재가입 여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1·2세대 실손의 재매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1세대와 일부 2세대 상품의 경우 보험 갱신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아도 돼 기존 상품을 유지할 수 있어 보장 범위가 줄어드는 5세대 실손으로 갈아탈 이유가 적은 편이다.
정부가 의료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기존 가입자들의 강제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가입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1, 2세대 가입자들은 통상적으로 20년 정도 보험료를 납부해 온 중장년층이다. 이들은 지금 보험을 갈아타면 수십년 이상 상대적으로 많은 보험료를 내고도 정작 혜택을 못 받게 될 수 있으며 고령 및 유병력 상태일 경우, 보험을 갈아타더라도 보험료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난 1월 실손보험 개편안 논의를 위해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1세대 실손보험을 20년 동안 유지한 이유는 (질병으로) 목돈이 필요할 때 혜택을 보기 위해서”라며 “새로운 실손보험에 가입시킬 심산이면 그동안 보험사에 낸 보험금 전액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