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증명과 변명

2025-01-15

한국 사회 전형적인 남성 삶 그려

젠더·계급·세대에 대한 이야기

‘이대남’ 혹은 ‘잉여’… 동질적이고 단일적인 존재로 규정되었던 한국 청년 남성.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폭력과 차별의 주체로 기능할 뿐 서사를 갖지 못하는 청년 남성의 생애사를 다시 쓰고자 한다. 책은 오랫동안 우울과 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고 죽음을 계획한 20대 남성 우진과의 내밀한 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구조화하는 전형적인 청년 남성의 삶을 그려내는 동시에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한 청년이 사회로 진입하며 어떻게 희망을 잃고 좌절해가는지 추적한 기록이다. 문화인류학, 사회학, 철학, 정신분석학 이론에 기대어, 특히 퀴어 이론의 언어를 빌려 친구를 이해하고 분석하려 한 이 작업은 망설임과 고뇌로 가득하지만 저자는 절실한 마음으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고 젠더, 계급,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대남’, ‘여혐’, ‘청년’, ‘시민’… 한국 사회는 청년 남성을 여러 방식으로 호명한다. 한국 청년 남성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와 대척점에 놓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상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떠맡기도 한다. 청년 남성들은 ‘학벌’, ‘군복무’, ‘취업’, ‘연애’ 같은 몇 가지 틀을 기준으로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고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잉여’, ‘루저’ 같은 말로 자신을 명명한다. 청년 남성들이 자신의 삶을 설명할 때, “그 이야기들은 기괴할 만큼 비슷해 보인다”. 저자는 한국 “남성들에게는 서사가 없다”고 말한다.

동질적이고 단일적인 존재로 규정되었던 한국 남성의 서사화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너무 평범해서 책으로 만들어질 가치가 없다”는 걱정과 함께 “청년 남성들이 연루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지만 청년 남성에 대한 다른 해석과 비판을 하기 위해 이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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