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4억원 과징금,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쟁점

2024-10-02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에게 영업상 비밀을 실시간 제공하도록 하는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해당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가 ‘카카오T’ 앱(App) 택시 일반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 내용이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을 남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724억 원, 잠정)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즉시 입장문을 내고, “해당 계약은 플랫폼 간 콜 중복으로 발생하는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고자 상호 정보 제공을 전제로 체결된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 위반 행위가 없었음을 소명하겠다고 반박했다.

모든 분쟁이 그렇듯, 이번 사안도 각자의 입장에서 주장이 다르다. 심지어는, 두 당사자 외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자로 언급된 다른 가맹사업자들의 입장까지 차이가 있다. 세 가지 쟁점에서 공정위와 카카오모빌리티, 그리고 다른 가맹 사업자들의 의견을 쟁점별로 듣고 정리해봤다.

쟁점1. 카카오는 경쟁 가맹택시의 일반호출을 차단했나?

사건의 발단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부 경쟁 가맹택시의 일반호출을 차단했던 것은 맞다. 언급된 4개 사업자 전체는 아니고, 우티와 타다의 일반호출에 대해서다(현재는 풀린 상태). 함께 언급된 반반택시의 경우 일반호출 차단을 당하지 않았다. 다른 사업자인 마카롱 택시는 현재 폐업한 상태다.

그렇다면, 카카오는 왜 ‘일반호출 차단’이라는 강수를 뒀을까? 자사 가맹 사업자에는 비용을 받는데, 타사 가맹 사업자에는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게 카카오모빌리 측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100%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과 지분 투자를 단행한 디지티모빌리티와 계약을 맺고 카카오 T 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와 가맹 계약한 두 사업자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있다.

카카오 T 플랫폼에서 일반호출을 이용하는 기사 들은 크게 세 종류다. 카카오 T 블루 가맹사업 소속 기사, 카카오가 아닌 다른 가맹사업 소속 기사, 그리고 아무 가맹사업에도 소속되지 않은 기사다. 아무 가맹본부에도 가입하지 않은 기사는 서비스적으로 구분되는 부분이 있어 상관 없지만, 다른 경쟁사 소속의 가맹 기사들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 자사 호출 서비스를 아무 대가 없이 쓰는 것은 오히려 현재 돈을 내고 있는 자사 플랫폼 계약 가맹본부 기사들에게 역차별로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 T 플랫폼을 쓰는 가맹본부라면 카카오 T 블루 소속이든, 타 가맹 소속이든 카카오가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호출 서비스를 쓰는 것이므로, 이 플랫폼을 어떻게 쓰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특히, 타가맹 기사들의 일반호출 취소율이 비가맹(일반기사) 대비 20%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하는 등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휴 계약을 체결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쟁점2. 민감 데이터? 아직 데이터는 오가지도 않았다

“(소속 기사 정보) 차량번호, 가맹 가입·탈퇴 내역/ (택시 운행정보) 길 안내 목적이 픽업인지 단순 주행인지 여부, 픽업·주행별 시작·종료시간, 출발·도착 좌표 정보, 픽업·주행 경로 정보 등 가맹기사 모집을 위한 영업전략,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긴요한 정보임 ” (공정위 발표 자료)

“심사 결과에서 언급된 제공 데이터는 출도착좌표, 이동 경로, 실시간 GPS 등 기본 내비게이션 사용 시 얻게 되는 정보와 동일하며, 추가적인 정보는 콜 중복 최소화를 위해 어느 가맹 본부에 소속된 택시인지 식별하는 데이터가 유일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 해명 자료)

일반호출 차단을 비롯,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력 남용이라 본 부분이다. 카카오 T 일반호출을 쓰려면 제휴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때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을 카카오에 울며 겨자먹기로 넘겨줘야 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는 두 가지 논점이 있다. 첫째, 이 데이터를 민감 데이터로 볼 것이냐다. 둘째, 실제로 데이터가 오가는 일이 있었느냐는 것도 입장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이영희 사무관은 “언급된 내용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해당 가맹 택시들이 어느 지역에서 어느 시간대에 어떤 경로로 운행하는지는 가맹 택시 사업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앞서 인용한 내용처럼 “심사 결과에서 언급된 제공 데이터는 출도착좌표, 이동 경로, 실시간 GPS 등 기본 내비게이션 사용 시 얻게 되는 정보와 동일”하다고 보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로 인해서 카카오모빌리티와 다른 가맹 플랫폼 사이에서 진행하던 제휴 계약의 구체적 진행이 멈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정위는 가맹사업자들의 주요한 영업 비밀 데이터가 카카오모빌리티 측 제휴 계약 체결 요구로 부당하게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아직 제대로 제휴가 진행되지 않아 타다를 제외하곤 기업 간에 서로 오고 간 데이터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상태를 정리해보자면, 카카오모빌리티가 타 가맹본부에 제휴 계약을 제안했을 때 반반택시와 마카롱은 이에 동의,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휴를 진행할 지를 논의하는 상태였다. 타다와 우티는 제휴 계약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카카오 T 일반호출을 이용할 수 없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연말.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데, 카카오모빌리티와 두 회사가 제휴를 맺었다. 이때, 어떻게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없다.

김기동 반반택시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측으로부터 콜 차단을 당한 적이 없고, 시장으로부터 퇴출 당한 적도 없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개인 정보를 요구했다는데, 아직 아무것도 액션을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카카오를 불렀는데 갑자기 반반택새 랩핑한 차가 오면 승객들도 혼돈이 올 수 있으니 ‘타사 가맹 차량이 매칭되었다’는 안내를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의 취지를 이해했고, 그래서 ‘그럼 반반택시 역시 그렇게 안내하고 싶으니 데이터를 줄 수 있느냐’ 등과 관련한 논의를 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논의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서 중단된 상태라 추가적으로 논의가 어려웠고 데이터가 오간 적도 없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타다는 현재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설치한 상태로, 공정위가 말한 운행 데이터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제공하는 상태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내비 SDK는 이미 공개되어 있는 소프트웨어이고, 배달의민족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배달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기도 해서 여기서 나오는 정보를 ‘영업 비밀’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SDK를 통해 알 수 있는 운행정보 외에 추가로 요구하는 정보는, 우리가 제휴 계약을 맺은 곳에 소속된 기사인지 아닌지, 혹은 콜이 (두 플랫폼 사이에) 중복으로 발생하는 등의 간섭이 없게 하기 위해 알려는 것이라 영업비밀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다 측은 “심사 현장에 타다 측 인원이 가 있었고, 현장에서 내용을 모두 청취했으므로 공정위 측 입장과 크게 다른 것 없다”는 입장이다. 우티 역시 제휴를 맺었지만, 아직 카카오모빌리티 측과 데이터를 주고 받고 있지 않다. 우티 측 관계자는 “계속 (의견이) 왔다갔다 하다가, 공정위 조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상생 일환으로 플랫폼 제휴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3. 역차별이 될 가능성은 없나

카카오모빌리티가 불공정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측은 우티(우버)다. 맨 처음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한 곳도 우티다. 우버는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 일찌감치 진입했으나 규제에 막혀 철수했다가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다시금 한국 시장에서 ‘우티’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우티 대신 글로벌 연계 강화에 유리한 ‘우버’로 리브랜딩하는 모습도 보였다.

따라서, 공정위의 의도와 상관 없이 이번 사안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우버(우티)의 싸움으로도 읽힌다. 최근들어 우버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지난 8월에는 우버 글로벌 CEO인 다라 코스로샤히가 처음으로 방한, “국내 택시 기사의 20%가 우버 택시를 이용하며, 국내 인구 90%가 우버 택시를 통해 택시에 탑승할 수 있다”고 우버의 성장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미 국내 중소 플랫폼들과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협업을 하면서 같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국내 토종 플랫폼들은 이와 같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역차별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공정위 발표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영희 공정위 사무관은 “그렇지는 않다”면서 “타다 같은 경우에도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심의장에 와서 진술을 했고, 우버 하나만을 보호하기 위해 법 집행을 하지는 않았다. 관련 사업자 중에 우버가 포함되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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