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은 이제 전 세계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하려는 해외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2024년 한 해에만 1637만명의 해외 방문객이 한국을 찾았으며, 외래 관광객의 국내 소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비자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 사이 외래 관광객의 국내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으며, 소비 범위 또한 헬스케어, 소매점, 음식점, 백화점, 할인점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전반에 대한 관심 증가에도 해외 소비자의 한국 전자상거래 이용에서 뚜렷한 성장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래 관광객의 대면 결제 증가세와 전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특히 전자상거래의 편리함과 국경을 넘어서는 접근성은 한국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규모 확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한국의 해외 직구 규모는 2017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0.1%씩 증가하며 2024년 기준 8.1조원을 기록했다.
반면에 해외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온라인으로 직접 구매하는 '역직구' 규모는 전년 대비 13.3% 증가해 1.6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이용하는 카드 결제 중 약 81%가 대면 거래로 이뤄지고, 역직구가 포함된 비대면 거래의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외국인의 비대면 결제 비율이 낮은 편이다. 이는 온라인 쇼핑 환경의 편의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제약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은 국내 많은 소매업체들의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역직구 부진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기회를 잃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역직구는 외국인 소비자에게 한국 제품과 문화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하며, 국내 판매자에게는 해외 시장 진출의 새로운 통로로 작용한다. 즉, 역직구 활성화는 한국 이커머스 산업이 자생적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세계 시장과 연결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환경이 여전히 내국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소비자는 회원가입에서 결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제약을 경험한다. 특히 결제 단계에서의 어려움은 외국인 구매 여정을 가장 크게 방해하는 요소다. 국내 온라인 가맹점 중 해외 발급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곳은 전체의 3~4% 에 불과하며, 해외 주요 디지털 월렛 서비스도 대부분 지원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의 온라인 가맹점은 해외 발급 글로벌 브랜드 지급카드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간편결제 수단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고 간편한 결제 방식을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플랫폼들은 해외 결제수단 도입에 소극적이다. 해외 결제의 경우 미배송이나 카드 도용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이에 따른 분쟁 처리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결제 수단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 상황은 잠재 구매자의 결정을 가로막는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한국 제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소비자는 결제 과정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한국 이커머스의 글로벌 확장성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외 결제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부정사용 및 분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핵심은 정교한 본인인증 과정과 라이어빌리티 시프트(Liability Shift) 구조를 지원하는 글로벌 표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라이어빌리티 시프트는 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이나 부정 사용에 대한 책임을 발급사나 네트워크사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러한 인프라는 현재 비자 등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리스크 관리 솔루션에 이미 내재돼 있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사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확산에 대응해 결제 안정성을 강화하고 부정 사용을 최소화하며, 분쟁 리스크 관리 및 거래 경험을 단순화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자는 축적된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을 기반으로 거래 승인 여부를 자동 판단하도록 지원하는 부정거래 방지 시스템(Decision Manager), 결제 단계에서 소비자 본인 인증을 강화하는 3DS 인증 체계(Three-Domain Secure), 클릭 한 번으로 구매를 완료할 수 있는 원클릭 지급(Click to pay), 그리고 기존 카드 정보 대신 암호화된 토큰을 활용해 결제 안전성을 높이는 토큰서비스(Visa Token Service)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은 부정사용과 분쟁 리스크를 최소화해 가맹점을 보호할 수 있다. 또 해외 결제 수단을 도입했을 때 책임 부담이 경감되는 구조가 마련되기 때문에 가맹점 입장에서도 해외 결제 수단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유인이 크게 높아진다.
해외 소비자들의 결제 습관과 선호에 맞춘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예컨대 애플페이나 구글페이 등 해외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를 국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도 지원한다면, 외국인 소비자들은 익숙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결제 과정의 불편이 줄어들고, 쇼핑 단계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전환율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카드 결제보다 절차가 간단해 결제 이탈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또 일부 디지털 월렛은 선불 충전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 계좌 보급률이 낮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역직구 확대의 중요한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상품과 문화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가 온라인 소비로 이어지기에는 제도 및 기술적 제약이 여전히 크다. 특히 지금의 결제 구조는 내수 중심 환경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글로벌 시장의 개방성과 속도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한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결제와 보안 체계 전반을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도록 정비하고, 해외 소비자가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결제 경험을 구현해야 한다. 그래야 역직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한국 이커머스 산업이 자생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결제 네트워크 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이커머스는 결제 신뢰성과 접근성을 모두 갖춘 경쟁력 있는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다. 결제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K커머스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인프라이자 성장의 전제 조건이다.
패트릭 스토리 비자 코리아 사장
〈필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금융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6년 비자(Visa)에 입사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법인에서 다양한 직책을 역임해왔다. 비자의 비즈니스 기획 및 운영과 컨설팅 및 애널리틱스를 차례로 총괄했으며, 소비자 금융, 결제, 정보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았다. 비자 코리아 사장으로 취임 후 카드사, 핀테크기업, 유통업계들과 협업하며 한국에 혁신적인 결제 및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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