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보에 가장 중대한 위협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북한의 핵무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의 급감이다. 핵무기는 파멸적이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러나듯 정작 실전에 사용하긴 힘들다. 북핵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하나 북핵 때문에 국군에 피해가 발생한 건 아직 없다. 그러나 저출산은 서서히, 그러나 아주 확실히 국군을 파괴하고 있다.
북핵보다 더 위험한 병력절벽 사태
여성도 전투에 기여할 영역 늘어나
군가산점 부활해 병역 매력 높여야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의 상비병력은 45만 명에 불과하다. 2019년 56만3000여명에서 6년 사이에 11만3000명이나 줄었다. 그사이에 아무런 전투도 없었는데 무려 10개 사단 병력이 녹아내린 셈이다. 북한군 병력은 128만 명 정도다. 한국이 2.8대1로 열세다. 육군만 따지면 3대1이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남침에 대응하기 위한 상비병력 마지노선이 50만 명인데 벌써 5만 명이나 부족하다. 아무리 현대전이 하이테크전이라고 해도 적정 병력은 보유해야 전선을 방어할 수 있다는 걸 우-러전이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20세 남성 인구는 지난해 25만 명에서 2040년엔 14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야말로 병력절벽 사태다. 이에 대처하려면 복무 기간 조정, 첨단기술 활용, 군 처우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데, 그중 가장 시급히 논의를 시작해야 할 이슈가 여성 징병제다. 인류 역사에 전쟁은 언제나 남성의 몫이었지만 21세기엔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무기시스템이 보편화하고 드론전·사이버전이 중요해지면서 여성도 전투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처럼 남성 징병제를 운용하다 양성 징병으로 전환한 북구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는 2016년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한 유럽 최초의 국가다. 노르웨이는 필기시험·체력검사(기준 남녀 동일) 등을 거쳐 징병 대상자의 10~15%를 선발하는 선별적 징병제를 시행하는데 매년 남성 7000명, 여성 2000명 정도가 징병된다. 기본 복무 기간은 12개월인데 각종 수당에다 대학 진학 시 가산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많아 군 복무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이후 스웨덴·덴마크도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다.
원래 북구에서 여성 징병제를 시작한 이유는 ‘군의 성 평등’이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후 저출산이 심화하고 러시아의 위협이 불거지면서 지금은 병역 자원 감소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서도 평가가 좋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한 병역법 3조 1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양성징병제의 도입 또는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 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헌재가 틀렸다. 여성 징병 논의는 ‘장기적’이 아니라 즉각 시작해야 할 과제다. 당장 논의에 들어가도 입법엔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지금 매년 1~2개 사단이 소멸하고 있다. 평시에 이렇게 병력이 급감한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육사 교수진은 지난 3월 『혁신기업연구』에 게재한 ‘여성 징병제 도입 가능성 연구’라는 논문에서 “군 가산점 제도 부활을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성 평등 관점에서 여성에게 적용할 경우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병역제도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또 “여성 징병제가 단순히 병력 보충 수단이 아니라 전투력 다각화 및 군 효율성 향상의 핵심 요소란 점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꼭 유념해야 할 내용이다.
최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여성도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병력 감소에 대한 국가 안보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연 이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결실을 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