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과 충청권에 고농도의 초미세먼지(PM-2.5)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10일 오전 이들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60㎍/㎥를 웃돌았고 인천은 오후를 기점으로 70㎍/㎥를 초과하고 있다. ‘나쁨’(36~75㎍/㎥) 수준이지만, 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루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넘던 2019년 3월 이후 대기질이 점차 개선되면서 경각심이 낮아진 영향이다.
하지만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는 계속 나오고 있다. 10일 원주연세의료원은 초미세먼지가 신경계에 악영향을 줘,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국제분자과학저널’에 발표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초미세먼지와 우울증의 연관성은 역학조사를 통해서 나타났지만, 신경계에서 벌어지는 우울증의 기전을 규명한 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신경회로 손상시킨 초미세먼지

연세대 원주의대 이진희 교수(정신건강), 차승규 교수(생리학) 연구팀은 4주간 쥐 실험을 통해 초미세먼지가 뇌의 시상하부에서 산화스트레스와 소포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모습을 관찰했다. 활성산소 농도가 증가해 정상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스트레스는 세로토닌을 감소시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잘못된 방식으로 단백질이 축적되는 소포체 스트레스 역시 세포 사멸을 유도해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를 흡입한 쥐에서 도파민 생합성 핵심효소인 티로신 수산화효소 수치가 감소해 도파민 생성 기능을 저하될 가능성도 확인했다. 도파민은 행복감과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이런 변화를 겪은 실험쥐들은 실제 움직임이 더뎌지고, 위험을 회피해 이동할 때 필요한 기억력이 감소하는 등 무기력과 동기 부족에 해당하는 행동 변화를 보였다. 이는 우울증을 진단하는 행동 지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결과, 미세먼지로 인한 우울증 치료에서 산화스트레스와 소포체 스트레스를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서 초미세먼지가 신경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과정을 규명하기도 했다.
12일까지 미세먼지…“마스크 써야”

이진희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신경세포뿐 아니라 신경회로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초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실내 대기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수도권과 충청권을 덮는 고농도의 초미세먼지가 1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