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필요 없는 말 '엄마'…눈물버튼 누르다

2025-11-03

통역이나 자막이 필요 없는 감동의 언어 ‘엄마’. 떠올리기만 해도 코끝이 찡하고 아무 일도 없었는데 눈물이 핑 돌게 하는 단어가 바로 ‘엄마’다. 올 봄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광례 모녀가 우리를 울렸다면, 깊어가는 올 가을에는 베트남 모자가 ‘눈물 버튼’이다. 베트남판 ‘폭싹 속았수다’라고 할 수 있는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얘기다.

영화는 베트남 호찌민을 배경으로 거리의 이발사 환과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엄마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환은 헌신적으로 엄마를 돌보지만 자신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한국에 있는 형에게 엄마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베트남의 김혜자’로 불리는 홍 다오가 엄마 역을, 청춘 스타 뚜언 쩐이 아들 환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베트남에서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개봉 3주 차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작품에 출연한 정일우는 ‘베트남 국민 사위’가 됐다.

영화가 신드롬을 일으킨 데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착실한 청년 환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큰 몫을 했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 이 꼴이 너무 죄스럽다. 지구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머리를 깎으세요. 목 마사지도 공짜, 면도도 공짜, 가격은 최저 1회에 3만 동(약 1632원).”

노점에서 이발사를 하는 환은 매일 이렇게 외치며 생계를 꾸리고 엄마를 돌본다. 여기에 베트남 특유의 가족애와 우정 등이 어우러져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따뜻하면서도 경쾌하게 만들어 감동과 웃음을 배가한다. 친구들은 엄마를 한국에 있는 형에게 버리러 갈 결심을 하는 환에게 아무 대가 없이 거액이 드는 비자를 만들어주고, 엄마는 한국 국적이 있으니 혹여 형을 찾지 못하면 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두고 오면 국가에서 요양원 같은 곳에 보내준다고 환을 위로한다.

환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가 모든 것은 잊어도 절대 잊지 않는 ‘아들 김지환’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40-1번지 롯데월드’라는 단서를 들고 서울에 도착한다. 이후 엄마의 한국 이야기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환과 관객들 사이에 ‘눈물 바다’가 만들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형을 찾고 엄마와 함께 먼 발치에서 형의 가족을 바라보며 “엄마, 우리 가족 중에 단 한 사람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돌아서는 환. 모든 것은 잊어도 형은 잊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원망도 떠나보내는 눈빛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월드’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이 영화는 베트남 관객들을 울렸듯 진심을 전하는 이야기의 힘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침체된 한국 영화 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K무비의 연출력과 기술력을 이식해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침체에 빠져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싸이더스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로 베트남에서 ‘대박’을 터트렸고, 투자배급사 NEW(160550)는 인도네시아에서 ‘7번방의 선물’ 속편을, 베트남에서 ‘위대한 소원’ 리메이크 작품을 합작해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