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이나 자막이 필요 없는 감동의 언어 ‘엄마’. 떠올리기만 해도 코끝이 찡하고 아무 일도 없었는데 눈물이 핑 돌게 하는 단어가 바로 ‘엄마’다. 올 봄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광례 모녀가 우리를 울렸다면, 깊어가는 올 가을에는 베트남 모자가 ‘눈물 버튼’이다. 베트남판 ‘폭싹 속았수다’라고 할 수 있는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얘기다.
영화는 베트남 호찌민을 배경으로 거리의 이발사 환과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엄마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환은 헌신적으로 엄마를 돌보지만 자신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한국에 있는 형에게 엄마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베트남의 김혜자’로 불리는 홍 다오가 엄마 역을, 청춘 스타 뚜언 쩐이 아들 환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베트남에서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개봉 3주 차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작품에 출연한 정일우는 ‘베트남 국민 사위’가 됐다.
영화가 신드롬을 일으킨 데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착실한 청년 환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큰 몫을 했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 이 꼴이 너무 죄스럽다. 지구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머리를 깎으세요. 목 마사지도 공짜, 면도도 공짜, 가격은 최저 1회에 3만 동(약 1632원).”
노점에서 이발사를 하는 환은 매일 이렇게 외치며 생계를 꾸리고 엄마를 돌본다. 여기에 베트남 특유의 가족애와 우정 등이 어우러져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따뜻하면서도 경쾌하게 만들어 감동과 웃음을 배가한다. 친구들은 엄마를 한국에 있는 형에게 버리러 갈 결심을 하는 환에게 아무 대가 없이 거액이 드는 비자를 만들어주고, 엄마는 한국 국적이 있으니 혹여 형을 찾지 못하면 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두고 오면 국가에서 요양원 같은 곳에 보내준다고 환을 위로한다.
환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가 모든 것은 잊어도 절대 잊지 않는 ‘아들 김지환’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40-1번지 롯데월드’라는 단서를 들고 서울에 도착한다. 이후 엄마의 한국 이야기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환과 관객들 사이에 ‘눈물 바다’가 만들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형을 찾고 엄마와 함께 먼 발치에서 형의 가족을 바라보며 “엄마, 우리 가족 중에 단 한 사람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돌아서는 환. 모든 것은 잊어도 형은 잊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원망도 떠나보내는 눈빛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월드’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이 영화는 베트남 관객들을 울렸듯 진심을 전하는 이야기의 힘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침체된 한국 영화 시장에 던지는 의미가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K무비의 연출력과 기술력을 이식해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침체에 빠져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에 싸이더스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로 베트남에서 ‘대박’을 터트렸고, 투자배급사 NEW(160550)는 인도네시아에서 ‘7번방의 선물’ 속편을, 베트남에서 ‘위대한 소원’ 리메이크 작품을 합작해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