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46명 사망’ 홍콩 화재···아파트 많은 한국은 괜찮나

2025-11-30

홍콩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초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오늘(1일) 현재까지 최소 14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불은 건물 외벽 시설물을 타고 퍼졌지만, 홍콩의 높은 집값으로 인한 밀집 주거가 피해를 더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요. 홍콩처럼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한국은 안전할까요?

점(사실들): 나무비계·그물망 타고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한 홍콩 타이포구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는 32층짜리 건물 8개 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거난에 시달리는 홍콩 저소득층을 위해 1983년 건설된 공공임대주택단지로, 2021년 기준 4643명이 살았고 주민 40% 이상이 노인이었습니다. 화재 당시에는 보수공사를 위해 건물 외벽이 대나무 비계(가설 발판)와 그물망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불은 지난달 26일 오후 2시25분쯤 아파트 1층 비계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불길은 대나무 비계와 그물망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외벽을 휘감았습니다. 8개 동 중 7개 동이 불에 탔습니다. 불은 28일에야 완전히 꺼졌습니다.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사망자는 최소 146명, 부상자는 79명입니다. 실종자도 40여명으로 추정되는데, 구조 작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체포했습니다.

홍콩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정부는 공식 애도기간을 설정하고, 곳곳에 설치된 추모당에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오는 7일 예정됐던 입법회(의회) 선거가 연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애도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지난달 28~29일 홍콩에서 열린 K팝 시상식 ‘2025년 MAMA 어워즈’도 화려한 연출을 배제하고 레드카펫을 취소하는 등 추모 분위기에서 치러졌습니다.

홍콩 당국은 대나무 비계가 화재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그런 시각에 비판적입니다. 좁은 집에 빽빽하게 모여 살 수밖에 없는 홍콩의 악명 높은 집값·주거난이 진짜 문제라는 겁니다. 홍콩 집값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했고, 최근 부동산 폭락에도 여전히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인당 주거면적은 15㎡(4.5평)에 그쳐 한국(33㎡, 10평)의 절반 수준입니다.

당국과 건설업체의 안전불감증이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웡 푹 코트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보수공사에 사용되는 그물망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민원을 제기해 왔는데요. 정작 노동당국은 “보수공사에는 불꽃 작업이 없어 비계에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낮다”고 답했습니다.

안전관리 미비로 여러 차례 징계를 받은 건설업체 ‘프레스티지’가 이번 보수공사 사업자로 선정된 배경에도 의문이 쏠립니다. 이 업체는 부정행위, 비계 설치·해체 감독 미시행, 출입구 안전 미확보 등으로 여러 번 벌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홍콩 자문회사가 프레스티지에 대해 쓴 보고서에는 이 사실들이 빠져 있었습니다.

과도한 집값과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홍콩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틀어막기 급급합니다. 독립적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대학생은 반중 선동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야간에 구호활동을 벌이던 이들이 해산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홍콩처럼 고층 아파트가 많은 한국은 어떨까요? 일단 한국은 목재 비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대부분 금속 비계를 사용합니다. 안전망도 난연·준불연 재질을 써야 하고 시험까지 거칩니다.

다만 한국은 외벽 마감재가 문제입니다.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외장재로 외벽을 마감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015년 화재 사고로 5명이 숨진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2017년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는 스티로폼에 별도 마감처리를 한 ‘드라이비트’를 외장재로 사용했습니다. 화재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외장재 규제를 강화했지만, 규제 강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가연성 외장재를 그대로 쓰고 있죠.

안전불감증도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지난해 7명이 숨진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사고 때는 건물에 스프링클러나 간이완강기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도 비상대피 탈출로가 적치물로 막혀 있고 스프링클러가 잠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화재가 남 일 같지 않은 건, 한국도 도시화와 높은 집값으로 인해 다닥다닥 붙어 사는 사회라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주거취약계층이 주로 사는 ‘도시형 생활주택(전용면적 85㎡ 이하, 300세대 미만 규모 주택)’은 화재에 더 취약합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하면서 스티로폼으로 외벽을 마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그 결과 화재가 번지기 쉬워졌고, 매년 20여명이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습니다. 홍콩에서도 한국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은 더 위험한 주거지로 내몰리게 되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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