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냉각탑의 빈 공간엔 무성한 잡초뿐. 야생동물도 뛰어다닌다.” 외신이 전한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의 현재 모습이다. 체르노빌, 후쿠시마와 함께 세계 3대 원전 사고의 현장이다.
1979년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린 건 2호기였다. 멀쩡했던 1호기는 6년 뒤 가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2019년 다시 멈췄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폐로 수순을 밟던 중 귀인을 만났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가 20년간 전력공급 독점 계약을 맺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혁명이 늙은 원전을 되살렸다.

#2. ‘실리콘 아일랜드’. 80년대 일본 규슈의 별칭이다. 반도체로 흥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잃어버린 30년. 규슈가 명성을 되찾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가 구마모토에 두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후쿠오카 외곽 황무지엔 섬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도 들어선다. 미국 회사가 투자했다.
규슈의 경쟁력은 전기요금이다. 다른 지역보다 10~20%(가정용 기준) 싸다. 규슈에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규슈전력은 원전 4기를 돌린다. 원자력 의존도가 39%(2023년)다. 일본 전체 전원 구성에서 원자력 비중(8.5%)을 크게 웃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3. TSMC의 고향 대만. 다음 달 17일 대만의 마지막 원전 마안산 2호기가 멈춘다. ‘탈원전’을 내건 민진당이 집권한 지 9년 만이다. 원전은 대만 산업화의 심장이었다. 한때 발전량의 54.2%를 차지했다.
대만의 전력 사용량은 2030년까지 12~13% 늘어난다. 특히 AI 전력 수요는 9배로 뛴다. 대만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TSMC는 내년부터 차세대 반도체 공장도 가동한다.
민진당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던 신재생에너지로는 감당 불가다. 결국 액화천연가스(LNG)로 눈을 돌린다. 대만은 알래스카 LNG 개발에도 먼저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그사이 전기요금은 뛰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당이 지난 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3.6%가 “원전 운영 연장을 지지한다”고 했다.
대만의 현실은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민주당은 한동안 원전을 ‘시한폭탄’ 취급했다. 문재인 정부는 건설 중이던 원전도 중단시켰다. 대신 숲을 베고 산을 깎아 중국산 태양광 패널로 덮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핵 폐수”로 부르며 공포심을 자극했다. 중국 원전들이 얕은 서해로 방류하는 오·폐수엔 침묵했다.
조기 대선 국면. 반성과 사과 없는 ‘친원전’ 기문둔갑은 황망하다. 원전이 다시 기로에 섰다. 대만이 한국의 미래가 돼선 안 된다.